수원대 교정에 무르익은 가을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가는 풍경을 붙잡을 수는 있다.
세월의 흐름따라 변하는 것이 풍경인지라
그 풍경 잡아두면 그리운 날에 꺼내어 보는 맛이라도 있을 터.
벌레먹인 단풍도 들여다보면 어여쁘다.
사람도 저리 늙어서 어여쁜 빛깔로 지는 석양이었으면 좋겠다.
잔디밭 저 건너 내 젊은날이 있기에 카메라의 눈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본다.
여기까지는 얼추 비슷하다고 하자.
헛..이 장면은 나의 젊은날이 아니다.
언감생심- 나의 젊은날은 저러하지 못했으이~~
그리 튼실한 열매도 맺지 못한 채 시들어가는 인생이 아니던가?
어쩌면 이 길가에 누워있는 낙엽만도 못한 자리에서..
올려다 본 하늘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대통령이라 한들 내가보는 하늘과 다를수가 있을까?
옷을 벗어버린 벚나무가 오히려 홀가분해 보인다.
가지면 얼마나 갖겠다고, 오르면 얼마나 오르겠다고
한치앞도 모를 생을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할퀴고 살아왔던가..
모든것을 인간에게 내어주고 마지막 옷까지 이리 곱게 차려입은
감나무에게서 배울것이 어디 한두가지일까?
저 한가로운 벤취에 앉아 나눌 향기로운 대화라면
그사람이 바로 당신이었으면 좋겠다.
말이 없어도 좋다.
그저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대화.
같은곳을 응시하면 더욱 좋겠지.
번데기 한마리만 던져도 전쟁이 나는 잉어들..
그들의 본능적인 밥그릇 싸움에도 까르르 웃어주는 감성이면 된다.
길은 막히는 법이 없다.
막히면 잠시 머물렀다 흘러가는 물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러하면 되는 것이다.
화려하지는 못해도 튼실하게 익어가는 야생의 열매처럼.
옹색한 담벼락을 세내어 옹골차게 줄기 뻗어나가는 담쟁이처럼..
우리네 인생도 비굴하지 않고
제 나름의 빛깔로 곱게 익어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