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일기장

점심시간에 담아 본 봄소식

대청마루ㄷ 2008. 3. 7. 16:00

창밖으로 다가온 봄을 마음으로만 받기엔 너무 감칠맛이 난다.

엊그제 내린 춘설도 응달진곳까지 모두 녹아 없어지고 이젠 제법 성깔있게 부는 바람에도 봄내음이 그윽하다.

점심후에 동산으로 산책을 나가자는 직원들의 제의에 흔쾌히 응해본다.

나즈막한 산등성이를 올라 경사가 심하지 않은 능선을 따라가니 몇번의 오르내림에도 싫지가 않다.

굴참나무 잎사귀가 수북하게 쌓인 산길에는 아직 느껴지지 않지만 저 낙엽을 들춰내면 분명 봄의 새싹들이 세상에 나올 채비를 하고 있겠구나.

기나긴 겨울동안 나는 잠만 잔게 아니야.

찬란한 봄을 기다리며 그동안 양분을 축적하고 꽃단장을 하고 있었지.

가느다란 찔레꽃 넝쿨에도 물이 오르고, 가시를 돋군 청미래 덩쿨에도 생기가 돈다.

손에 묵주알을 굴리며 산책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의 기도에 방해가 될까봐 아는척도 안하고 훌쩍 앞서간다.

저이는 어떤 기도를 하며 이 길을 걷는 것일까?

부디 저사람이 소원하는 기도가 이루어지길..

정상에 올라서 기지개를 켜본다.

맑은 봄공기를 한껏 마셔본다.

허리를 숙이고 손끝을 땅에대고 스트레칭을 해본다.

고개를 뒤로 젖혀 하늘을 받는다.

온 세상이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봄은 정녕 아름다운 계절이다.

 

이런날엔 한 캔의 맥주를 준비 했어야 했다.

내려오는 길은 한모금의 맥주로 적셔진 콧노래 정도 있어야 한다.

업무 이야기는 잠시 접어 두어야 한다.

지금은 아주 짧게 허용된 사유의 시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