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산행일지

사부작 사부작 광교산행

대청마루ㄷ 2008. 3. 8. 17:01

산악회에서 삼성산을 가는 날인데 아침에 너무 일찍 눈을 떴다.

잠시만 눈을 붙인다는게 눈을 떠보니 이런 경우가 있나..

도저히 합류를 하기에 불가능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집에 있자니 황금같은 시간이 무료하게 흘러갈것이 뻔한일..

항상 산행용품이 채워져 있는 배낭에 물 한병만 갈아넣고 집을 나선다.

그저 가깝고 만만한 광교산으로 가는 것이다.

아침에 끼었던 안개가 봄볕에 물러가면서 하늘은 맑기만 하다.

광교산 주차장은 몰려드는 산사람들로 벌써 만원이다.

일찍 올랐던 사람들이 빠져 나가면 그자리에 채워야 하기에 순서를 기다렸다가 주차를 한다.

광교호를 두껍게 덮었던 얼음도 봄바람에 다 녹아 없어지고 대신 물비늘에 봄볕이 반짝거린다.

 

봄이 드는 산길에는 온갖 새들이 지저귄다.

가방에 넣었던 카메라를 꺼내보자.

어라? 카메라가 없네?

어디에 뒀을꼬...분명 어젯밤 내내 충전을 해서 넣어뒀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카메라가 오간데 없네.

사진찍기를 포기하고 산길을 걸으면서 차근차근 기억을 더듬에 본다.

어젯밤에 얻어다 준 쑥빵을 덜먹고 남겨둔 아내가 산에서 먹으라고 챙겨주는데

그걸 넣느라 잠시카메라를 빼놓고 그냥 왔구만..

이놈의 정신머리하곤..

나 이거 치매증상 아닌가?

온갖 상상을 다하며 오르막길을 오르자니 숨이 턱턱거린다.

사진을 포기하고 걷는 길은 또 다른 매력이 채워준다.

그동안 네모로만 보던 세상을 동그랗게, 그리고 넓게 볼 수가 있다.

 

 <폰카로 담은 종루봉의 진달래 꽃봉오리에 봄기운이 오르고 있다.>

 

형제봉을 넘어 내리막길을 지나 종루봉으로 오르는 길은 항상 부답스럽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이 코스가 내게는 가장 어려운 깔딱고개라.

우회하는 길을 버리고 일부러 그 길로 올라본다.

전망대에 오르니 눈에 들어오는 세상은 어느샌가 봄색이 완연하다.

아직 꽃망울이 덜 부풀었지만 초읽기를 하고있는 온갖 수목들.

낙엽을 걷어내면 봉긋이 봄단장을 하고있는 산나물들.

그리고 어느샌가 잎사귀 색이 연해지고 있는 소나무까지..

 

<폰카:종루봉 전망대에서 본 주 능선의 모습>

 

종루봉에서 토끼재를 따라 시루봉으로 가려던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꺾어본다.

이 길은 처음으로 가는 길이다.

이 길로 내려가도 어차피 출발점과 만나려니 하는 마음으로..

중간에 갈림길이 있는데 마침 그곳에서 간식을 먹던 분들에게 물어본다.

왼쪽길은 하광교마을, 오른쪽길은 상광교마을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러면 조금 더 코스가 길어 보이는 오른쪽으로 가보자.

헌데 주 등산로와 달리 이 길에는 오가는 이가 아예 없다.

길은 분명히 나 있는데..행인의 발자욱도 분명히 있는데 내려오는 내내 아무도 만날수가 없다.

행인이 드물기에 등산로도 훨씬 아늑하다.

바로 내가 찾던 분위기의 산길이다.

 

제목도 모르는 노래를 콧소리로 흥얼거리며 걷는 길은 피로를 잊게 해준다.

외로움? 그런것도 없다.

어느 산새가 줄기차게 따라오며 같이 노래를 하자는데..

거리에 개념이 없이 내려오다 보니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내 늙은 느티나무가 콘크리트로 깁스를 하고있는 마을이 반긴다.

이곳이 상광교 마을의 어디쯤인가보다.

내가 끝으로 불렀던 노래가 무슨 곡이었나?

"목장길 따라 밤길 거닐어~ 고운님 함께 집에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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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한숨 붙인 다음 요즘 방영중인 역사드라마 '대왕세종'을 본다는게

그대로 곯아 떨어져 내리 몇시간을 자버렸다.

눈을 떠보니 밤 2시..잘랐던 잠을 이어보자고 누웠는데 잠이 안온다.

누워서 뒤척이느니 차라리 잠이 올때까지 웹서핑이나 하자..

그러다가 이시간이 돼버렸네..ㅎㅎ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