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육봉-팔봉-안양유원지
카메라 없는 산행은 목적지를 잃은 여로와 같았다.
순간 순간의 풍경을 담기 좋아하는 내 산행 취향은 앵글을 통해서 보이는 세상이 더 아름다움을 카메라가 없어보니 더욱 절실히 느낀다.
사실 카메라가 있긴 하지만 산행 내내 고장이 나서 찍을수가 없었다.
회원들과의 육봉산행은 정부 과천청사 5번출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역사편찬위원회 옆으로 난 길은 4중 철조망으로 굳게 막아놨지만 사선을 넘는 각오로 모두 뚫고 지나갔다.
이렇게 막아 놓으려면 왜 그 비싼 돈을 들여서 목재 구름다리까지 만들었을까?
어느 회원이 찍어 카페에 올린 사진으로나마 그날의 산행을 추억해본다.
6봉과 8봉은 바위로만 만들어진 관악 연릉 중 가장 골격이 큰 뼈대인 듯 하다.
그중에서도 육봉은 거의 모든 구간이 릿찌를 요하는 구간이므로 바위에 미끄러지지 않는 릿찌화를 신는게 좋다.
20여년 전 등산이 뭔지도 모르고 따라다니던 시절 미끄러운 등산화를 신고 오금 저리며 저 바위들을 오르던 추억이 새롭다.
이제는 미끄러지지 않는 릿찌화를 신었는데 체력에 자신이 없어 오금 저리기는 마찬가지이니 이것 또한 세월이 주는 아이러니라..
철조망은 하산길 안양유원지로 들어서는 곳에서도 우리를 막는다.
서울대 수목원이라는 곳인데 관악이나 삼성산을 찾는 모든 등산인에게 불편을 주는 억지스런 시설물이다.
산객들이 기물이나 수목들을 훼손할리는 만무하고...그러면 결국 자기네들만의 은밀한 공간을 만들려는 이기심의 발로가 아니던가?
서울대는 국가소유이기 때문에 국민의 소유이기도 하다.
그런 공유를 왜 억지로 사유하려고 하는지...
이곳 또한 뚫고 지나간다.
우리 뿐만이 아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기에 우리처럼 행동한다.
그러고는 금새 잊어먹는다.
지나왔던 산길이, 바윗길이, 꽃들이 설레발 치는 봄길이 너무 좋아서이다.
이제 계절을 여름을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