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밟으며..(광교산.2008.12.19)
푸르름이 떠난 자리에 사람들의 움직임만 분주하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건강지수가 올라간다는 방송멘트를 그냥 넘길일만은 아님을 직접 확인하게 된다.
모두가 일자리에서 땀을 흘려야 할 시간에 산에는 웬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
일부러 인적이 드문 코스를 택하였기에 그리 짜증나는 산행은 아니었지만 건강을 지키는 이들을 많이 본 평일산행이었다.
수원근교에는 큰 산이 없다.
아니, 큰 산 뿐만이 아니라 아지기자 재미있는 산행코스도 없다.
그저 어머니의 품처럼 부드러운 육산인 광교산만이 유일한 산행의 대상이다.
오늘은 상광교 버스종점 윗쪽의 능선을 날머리로 잡아본다.
행인이 적어 홀로산행을 하기에 적합하고 무언가 생각의 깊이를 더하기에 알맞은 행로가 되리라.
역시 생각은 적중하여 주능선에 오르기까지 열명 내외의 산객만 스쳐간다.
수도권 산행코스 중 이런길을 찾기에도 쉽지 않을만큼 한적함이 좋다.
내년 봄이되면 우리 산악회원들을 이끌고 진달래 흐드러진 길을 함께 걸어보리라.
떨치지 못할 문명의 이기인지라 이제 산정에서 만나는 철탑도 그리 밉지않다.
백운산은 산정을 저 철탑에게 내어주고 그 옆자리 옹색한 터를빌어 정상석을 품고있다.
아마도 전국의 수많은 백운산 중에 가장 시끄러운 백운산이 아닐까 싶다.
고독한 나그네를 위로하려함인지 하늘도 온갖 구름의 유희로 색깔을 바꿔간다.
애초 집을 나설적에 겨울비까지도 감안하였기에 준비를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하늘은 햇살을 공개하려 한다.
정상의 보안시설이 찍히지 않도록 조심을 하면서 정상부위를 사진에 담아본다.
이미 바닥은 수많은 산객의 발자욱으로 탄탄대로가 되었다.
헬기장 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수많은 계단의 연속이다.
이 길은 미군부대 막사와 정상의 통신대를 연결하는 그들의 업무용 통로지만 이제는 산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길이 되었다.
헬기장에서 본 정상은 어느 요새를 방불케 하는 풍경이다.
하긴 전국의 명산치고 저들에게 점령 당하지 않은곳이 얼마나 될까마는..
저 척박한 바위틈에 날아든 씨앗은 굳세게도 제 목숨을 지켜왔구나..
참 오묘한 자연의 생명력이 아닌가?
사발면 하나로 때운 점심은 금새 허기진다.
이제 가는길을 서둘러야겠다.
맛있는 보리밥집이 줄지어 있는 광교산이지만 남자 혼자서 들어가기에는 너무나 초라하기에 그냥 집으로 내쳐 달린다.
광교산은 오늘도 꿋꿋하게 그자리를 지킨다.
이 불황과 싸워 이겨내야만 하는 우리에 서민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