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 하조대(河趙臺)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은 물론
자연을 보는 눈에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젊은시절 하조대라하면 그저 풍광좋은 곳에 바닷모래가 펼쳐진
해수욕장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역사속의 인물과 그들의 행적을 유추해보는
젊은이들이 보기엔 그야말로 '고리타분한' 행로이다.
실제로 하조대에 가보니 젊은이들은 모래밭에서 놀고
나이가 지긋한 이들은 하조대를 관광하고 있다.
말하자면 굳이 나이를 가르지 않아도 취향이 나이를 가르는 것이다.
우리 산천 곳곳에는 선인들의 흔적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흔적은 현대를 사는 우리의 흔적과는 사뭇 다른 기품이 있다.
나그네 지친발길 쉬어가는 정자 하나에도 배려가 있고
바위에 새긴 글자 한자 한자에도 기품이 있다.
그들은 당장의 편익을 위해 자연에 손을 대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자연과 대화하고, 자연과 타협을 한 후에 돌한개
나무 한그루를 심고 옮기고 그랬던 것이다.
저기 보이는 저 바위꼭대기 저 소나무를 보러가자.
아마도 하조대의 진가는 이 등대가 아니라 저곳에 있는듯 하다.
내 폼은 항상 이렇게 구부정,어정쩡...
하지만 더 늙기전에 한장 박아둠이 낫지 않은가?
신은 바람과 물이라는 물리적은 형태로 나타나
이리도 고운 자연을 빚어 놓았으니..
인간의 손길이 아무리 위대한들 억겁을 쌓아온 자연의 내공에 비길손가?
저 아래 투영되는 물빛이 너무나 곱네.
그래..맞아..저곳이 하조대인가봐~~
현대에 재건했다는 정자는 왜 저리도 허접할까?
장편소설 세종대왕에서 참으로 귀에 익숙해진 역사속의 걸출한 인물들..
그들이 말년에 몸과 마음 내려놓은 곳이란다.
둘러보니 과연 그럴만도 한 절승이다.
그림에서 본 듯한..
달력에서 본 듯한..
아니, 꿈에서 본 듯한..
바위는 어이 이리도 늠름하게 솟았으며
소나무는 어이 이리도 어여쁘게 낫는지..
저 척박한 바위봉우리에서 얼마나 모진 세월을 견뎌왔을까나..
숙종때 참판 벼슬을 지낸 이세근이 썼다는 바위의 글은 어느 각도에서건
제대로 찍을수가 없다.
맞은편에 작은 계단 같은 것이라도 좀 세워줬으면..
계단을 내려오다가 만난 커다란 물나비가 신기하여 담아보았다.
하조대 해수욕장은 익히 아는 곳이지만 하조대를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긴 젊었을때는 사람을 보러 다니는 것이 여행이라 그야말로 놀러 다니는 것이고
나이가 들면 역사를 보러 다니는 것이 여행이라는 내 지론이 맞아가고 있는 셈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