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필무렵-봉평 메밀촌(2009.8.30)
국민학교(요즘엔 초등학교)를 졸업한지가 40년에 가까운 세월로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 긴 세월동안 동창회나 그 비슷한 모임조차도 없었으니 참으로 무정하고 무심한 친구들이다.
하긴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는 모이고 싶은 마음도 안나거니와 설령 마음이 있다 하여도 추진을 할 여력이 없을터이다.
이를 보다못한 한 친구의 열정으로 소수의 인원이라도 모일 수 있었으니 참으로 고맙고 다행스런 일이다.
모임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이효석선생의 고장인 봉평에 들러 '소금을 뿌려놓은 듯'새하얀 메밀꽃으로 뒤덮힌 들판을 볼 수 있었으니 나그네에게 분명 행운이었다.
효석생가 앞에 조성된 메밀밭에 때맞춰 메밀꽃이 만개하였다.
어릴적 위아랫집에 살면서 형제처럼 지내던 친구가 결혼후에 거의 소식도 없이 지내더니
이제 한살림 일구어 여유를 찾으면서 부쩍 친구들 모임에 적극적이다.
요즘엔 이친구의 운전으로 모임에 다녀오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메밀꽃필무렵 소설에 나오는 옛풍경은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지만
소설속의 내용을 떠올리면서 이곳저곳 둘러보는 맛도 나그네에겐 좋은 추억거리이다.
원래 이곳이 효석생가였다는데 그 후에 살고있는 분이 개량을 하였다고 한다.
이 집은 사유재산으로 당국의 아무런 도움없이 유지를 하기에 내부를 공개하기 힘들고
찾아오는 이를 위해 외부만 공개하니 양지 바란다는 안내문.
가산 생가 바로옆에 자리한 메밀음식점 팻말이다.
그곳에서 봉평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본격적인 메밀꽃밭이 펼쳐진다.
메밀밭에는 드문드문 원두막을 세워놓아 운치를 더하고 있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함께자란 친구들 중에 다섯이 모였다.
작은 골짜기에 인구는 많아서 함께 초등학교를 다닌 동창이 16명이나 되는데 이날 모임 우리마을의 동창은
여섯명이다.
이 부근에 대형 메밀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는데 맛은 우리동네 조그만 음식점만도 못하다.
더구나 우리가 들어간 음식점은 기대와 달리 메밀밭쪽으로 내실을 만들어 손님들이 전혀 볼 수 없도록
설계를 하여 실망만 안겨 주었다.
이곳에는 옛날 풍습을 재현한 물레방앗간을 만들고 효석문화관까지 산책로를 만들어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는데 시간이 부족한 우리는 그저 그렇구나..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여행에는 그리움이 있어야 한다.
달려가 얼싸안고 뒹굴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하고 느낄 수 있는 촉수가 있어야 한다.
작은 감동에도 눈물 흘릴 수 있는 감성이 있어야 하고
공유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번 짧은 여행은 동호인들의 모임이 아니었기에 그런 사치스런 마음 나눔은 없었더라도
내 제안에 선뜻 응해준 친구들의 배려가 고맙다.
원주에서 봉평으로 다시 올라갔다가 돌아올 수 있는 여유를 나눌 수 있음에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