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과 함께하는 여름휴가-가사문학의 산실 소쇄원과 식영정 그리고 가사문학관
소쇄원,식영정,가사문학관
2013.7.23
소쇄원
남도여행은 볼것이 없는 곳이라 해도 막상 가보면 볼것이 많은것이 특징이다.
호수 주변을 돌아보려면 동복호와 주남저수지가 지척에
있고 역사의 향기를 느끼려면 송강 정철의 문학이 녹아있는 광주호
일대의 정과 원이 지척이다. 호수 주변을 돌아 보기에는 기름값도
무시를 못할 입장이기에 이번에는 송강 선생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학창시절 한두번 들어본 기억은 다들 있을 법한 사미인곡,속미인곡,관동별곡
등 송강의 가사문학의 산실이었던 소쇄원과 식영정은 드넓은 들판을 막아 광주 시민의 식수원이 된 광주 호반에 자리하고 있어서 이제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좋은 휴식처가 된다.
배롱나무가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대나무 숲이 염천을 가려주는 숲길을
따라 잠시 오르면 동양화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옛 마을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소쇄원이다. 소쇄원은 조성 중종때 양산보라는 분이
주도적으로 조성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원림의 대표격으로 이후 많은 정원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한다.
대나무 숲길이 끝나는 곳에서
앞을 보면 계곡과 바위가 어우러진 곳에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있어야 할 곳에 건물을 지은듯한 광풍제와 그 뒤에 자리한 제월당 등의
건물이 보이고 우람하지 않아 겸손한 모양의 담장이 어우러져 하루 묵어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다.
광풍제 뒤에있는 제월당에 오르니
몇분의 중년 여자분들에게 소쇄원에 대한 설명을 하시는 어르신이 있다.
소일거리가 없던 옛날에는 이곳이 마을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시며 담소도
나누던 공간이라고 하는데 그런 중에도 학문을 논하고 후학을 가르치는 기능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식영정
소쇄원에서 잠시만 내려가면 소나무가 울창한 숲 언덕에 식영정이라는 건물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식영정 건물로 오르는 돌
계단 아래 "송강 정철 가시의 터"라고 새겨진 돌비석이 서있는데 정면에 보이는 두 건물은 좌측이 부용당이고 우측이 서하당이다. 부용당 마루에서는 중년남자 두분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신선이 따로 없겠다. 마루가 넓직한 서하당은 쥐똥이 널려 있어서 오르고 싶은 마음이 달아난다. 윗쪽에 큼직한 건물이 새로 지은듯이 보이는데 대문이 잠궈져 있어서 보고싶은 마음을 접고 식영정으로 올라본다. 이제는 호수가 된 개천이 굽이쳐 흐르는 어귀 높은곳에 정자를 짓고 세월을 노래하던 선비의 풍취가 느껴진다. 식영정 주변에는 나이가 지긋한 노송들이 어루러져 세월의 내공을 절로 느끼게 한다. 소나무와 배롱나무 꽃이 어우러진 언덕에 있는 정자, 식영정.
이곳에서도 하룻밤 묵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사문학관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한여름 햇볕으로 달궈진 대지가 발길을 자꾸만 시원한 곳으로 이끄는데 가사문학관에 들어서니 피서하기 딱 좋은 기온이다.
옛님들의 발자취를 온전히 느끼기에 나의 한문실력이 턱없이 부족한데 그저 묵향으로 짐작할 따름이다.
지척에 있는 환벽당과 취가정을 둘러 보기에는 너무나 더운 날씨에 지금까지 참고 따라준 아내에게 미안하여 광주호 생태공원 입구를 지나 사거리에 있는 간장게장 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