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짧은글 모음

추억해야 할 것 들

대청마루ㄷ 2005. 7. 4. 15:33

기찻길 너머

은빛으로 다가오는

그리움 같은 물비늘.

 

간 밤

풍우에 씻긴 여름 하늘이

쪽빛 화선지 되어 펼쳐지고

그 이름 알지못할 물새 한마리

노련한 화공의 필치로

획을 긋는다.

 

선이 고운 건너편의

아스라한 산.

눈부시게 다가오는 은반위에

정확이 대칭으로 투영되고

각자의 생각으로 바라보는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어쩌면 내 하릴없는 헛기침에

이 시간의 오르가즘이

깨어져 버릴지도 몰라.

 

징소리가 들려온다.

장고소리와 꽹과리 소리도 들려온다.

가을을 예고하는 찌르러기 소리.

날개를 비벼대며 사랑을 확인하는

수많은 풀벌레의 세레나데.

이 모두가 축복이야.

 

굳이 말을하지 않아도

서로의 가슴으로 느낄 언어들..

 

시간은 이렇게

행복으로 채워질 수 도 있는 것.

 

늙은 플라타너스가 팔을 드리운 옛길

정취나는 그늘에 차를 세우자.

너무 과하지 않은 빛의 향연.

 

수줍은 듯 유영하는 가을닮은 새털구름.

실하지 않은 머루와

제 종족을 보존하자고

잔뜩 가시돋운 산초나무와

햇볕 모자라 아직도 아이 모습인채로

아장걸음인 여린 코스모스.

박태기 꽃을 닮은 여뀌꽃 까지도

사랑할 수 있다.

 

질경이를 사랑하려면

적당히 밟아 주어야 한다.

애기똥풀,며느리밑씻개,고마리,가죽나무..

기억해야 할 것은 너무많다.

너무나 고운 늦 여름의 오후.

햇살 고운 호반의 밀어.

그 모두를 사랑해야 할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