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솔고개의 한많은 열녀비
소가야의 옛 터 경남 고성군에는 동해면이라는 지명이 있다.
동해면은 고성읍의 동쪽에 있는데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특이한 지형이다.
동해면 앞바다는 사방이 육지와 섬으로 둘러 쌓여 있다.
불멸의 이순신에서 자주 나오는 內海가 바로 이곳인데 큰바다(外海)로 나가려면
거제대교 아래 견내량을 지나거나 진해와 가덕도 앞바다를 지나야만 한다.
이 바다는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친 자랑스러운 역사의 현장이다.
그러나 원균이 지휘하는 조선수군이 참담한 패배를 한 가슴아픈 현장이기도하다.
400여년전 피 비린내 나는 전란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은 고요한 호수 같이 평화롭다.
지난 일요일(7월 10일) 아내와 함께 고성의 동쪽 바다를 둘러 보았다.
고성에서 동해를 거쳐 거류면을 지나고 통영시 광도면 안정사를 답사하였다.
이 길은 꼬불꼬불한 해안 도로인데 육지이지만 섬의 해안 도로를 연상시킨다.
지나는 차량들도 많지 않고 드라이브 코스로는 정말 환상적이라 할만하였다.
지나다가 작은 어항에 차를 세우고 아내와 방파제를 걸어보았다.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작은 어선들이 포구에서 쉬고 있다.
며칠만에 해가 나서인지 어부들이 작은 멸치를 말리느라 널어놓았다.
아내가 멸치를 하나 맛보겠다고 하여 기겁을 하고 말렸다.
"여보, 그냥 구경만 해요...
저 분들은 우리가 이렇게 구경다니는 것도 못 마땅하게 생각하실 수 있답니다."
나는 여행을 다닐 때 혹시나 현지에 사시는 분들에게 폐가 될까 마음이 쓰인다.
고성읍에서 동해면으로 가다보면 솔고개라는 곳이 있다.
솔고개는 아마도 예전부터 기이하게 생긴 소나무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생각이 된다.
소나무는 아랫둥치에서 기이하게 휘어져 있는데 윗부분은 그래도 나무잎이 무성하다.
기이한 소나무를 다른 각도에서 사진에 담아 보았다.
친절하게 사람들이 받침석을 고여서 힘든 소나무가 다소 쉴 수가 있다.
소나무 뒤로 설부인 열녀비를 모신 비각의 모습이 보인다.
소나무 아래에 보이는 바위들은 지석묘라고 한다.
지석묘는 선사시대의 무덤이라고 하니 고성의 역사가 참으로 오래되었다.
솔고개 소나무 옆에는 "설부인 열녀비"가 있다.
나는 열녀비를 소개하는 글을 읽으면서 참으로 큰 슬픔을 느꼈다.
우리나라 각처에 있는 열녀비가 대부분 슬픈 사연이지만 설부인 열녀비는 너무 슬프다.
조선중기 설만창의 딸 소사(召史)가 과년하여 출가하니 남편이 나병환자였다.
백방으로 명약을 구하여 간병하였으나 남편은 죽고 삼년상을 마친 후 소사도 남편뒤를 따랐다.
소사가 죽자 소사의 묘소에서 현재의 비각까지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이에 고을원님이 소사의 한을 달래기 위하여 이 곳에 비를 세우게 되었다.
안내문의 글을 보며 조선시대 여인의 슬픈 운명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얼굴도 모르고 결혼하여 남편의 병 간호를 하고 남편을 따라 죽은 조선의 여인 소사...
그 여인을 위하여 이런 열녀비를 세운다는 것은 너무도 슬픈 일이다.
이 얼녀비를 세운 사람들은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었을까?
설부인 위령비라고 하여야 마땅하건만 열녀비라는 이름이 너무 슬프다.
그들이 생각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을까?
나는 너무도 슬픈 사연의 열녀비를 보고 인간의 삶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한 인간의 참혹한 희생이 열녀비라는 이름으로 보상이 될 수 있을까?
너무도 가슴 아픈 사연에 나는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였다.
나는 두 손을 모아 설 부인의 비석을 보며 마음속으로 빌었다.
불교에서는 전생이 있다고 한다.
전생이 있다면 환생이 있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설부인이시여!
다음 세상에 태어나신다면 인간으로서 꿈을 가지고 행복하게 사시옵소서.....
**남도님의 블로그에서 빌려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