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일기장

야시장 유감

대청마루ㄷ 2005. 7. 15. 13:57

아파트 밖 거리에 오랫만에 야시장이 섰다.

 

아이들 어렸을 때는 야시장만 서면 손잡고 나가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머리 핀이나 팽이정도 사주고 나서 아닌이들과 막걸리도 한사발 나누곤

하였는데 요 몇년 사이엔 그런 기억이 없다.

사는 것 보다도 더 마음이 각박해진 탓이리라.

 

야시장의 박물들은 예전같지 않게 냉대를 받는다.

어떤이는 이를 경기 탓으로 돌리는데 난 그들과 좀 다른 생각이다.

뭐 하나만 사더라도 자동차를 끌고 대형매장으로 향하는 요즘 소비행태가

어디 야시장 물건에 눈길이나 줄까?

점점 있는놈만 배불리고 가난한 이는 죽으라는 이야기 아니던가?

 

헌데,어느 야시장이건 먹거리집을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야시장이면 으례 대장노릇을 하며 주동을 치는 가게가 있으니 바로

먹거리장터.

이글거리는 화덕위에 벌거벗은 통돼지가 뜨거운 기름을 줄줄 흘리며 돌아가고

막걸리에 소주를 섞어 만든, 좀 이상한 동동주가 한사발에 오륙천원을 해도

어느 한사람 트집잡는 이 없는 노천식당.

만오천원짜리 낚지볶음에 낙지라고는 다리 네개를 짧게 잘라놓은..

하긴 시비걸면 내가 우스운 놈 되는거지.

 

야시장에서 음식을 먹다보면 절반은 아는 얼굴이라

자연스럽게 합석이 되고,나중에는 취중 반상회 쯤의 규모가 된다.

이런 때 "기마이"를 쓰면 자칫 거지되기 십상이지.

하지만 우리의 대장은 이럴때마다 공평하기 이를데 없다.

계산은 항상 공평분배라 한사람당 만원씩이면 대충 맞아 떨어지지.

 

팔도엿장수가 한참 신이 났는데 웬 경찰차가 출동.

이유를 알아보니 우리 아파트에서 주민 신고가 들어왔댄다.

야시장에서 너무 시끄럽다는..

참으로 야박한 세상 아닌가?

며칠전에 벽보로 알리고 입소문 귀소문으로 알려진 행사라는데

굳이 밤 아홉시도 못된 시간에 소음신고를 하는 심사는 뭐란 말인가..

오죽하면 저런 각설이 복장을 입고 전국을 떠돌며 엿장수라는

이름으로 연명하며 살아갈까..

조금 시끄러워도 두어시간 참아주는 여유 좀 없나?

 

하긴 민원 만능시대에 시위 만능시대를 살고있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게 잘못일수도 있지만..

하지만.하지만 말이다.

이제 제발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