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의 추억-두울
강촌역 앞에서 친구 하나가 제안을 한다.
"야! 내가 소싯적에 쪼 위에 구곡폭포라는딜 가봤는디 거 환상이드마!
우리 골루한번 가보자."
어차피 강촌에 대해선 문외한들이고 딱히 목적지가 있는것도 아닌지라
우린 단박에 의기투합 해서 그 친구를 따라 나섰다.
길도 험해서 논두렁길로 위태위태 걸어가야 하는데도 참 많이들 간다.
빈티가 줄줄 흐르는 우리들과 달리 형형색색의 옷에 번쩍 거리는 통기타와
제법 값나가는 배낭을 걸머지고 가는 우리또래 머스마들.
그들 곁에는 꼭 얼굴이 뽀얀 지지배들의 붙어서 빈티나는 이 청춘들의
심기를 불편케 한다.
"야, 저 지지배 무지 이쁘다."
말을 더듬는 수철이가 거의 침보가 터질 폼이다.
글케 이쁘믄 니가 꼬셔라 자슥아.
근데 그놈아는 진짜 여자를 잘 꼬신다.
우리가 보기에는 웬 여자애가 눈길이나 줄까 싶지만 하여간 어떻게든
여자애들을 잘도 데리고 온다.
그걸 알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넘만 잘 꼬시믄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야, 이수철이가 누구냐...
오늘이 바로 너의 날이다..
수철이를 몰라보는 지지배는 나중에 아마 시집도 못갈거다..
일케 추켜 세우면서 논두렁에 자빠지고 엎어지며 당도한 곳은..
에게~~
저 물 한방울도 안떨어지는 절벽이 폭포랜다.
가뭄에 물이말라 바위벽을 타고 조금씩 흐르는 물기 말고는
폭포라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
게다가 야영을 할만한 공간이 없다.
여기서 오합지졸들의 근성이 나온다.
누가 일루 가자고 했냐는 둥.
여긴 가게도 없는데 머 사먹을려면 십리는 걸어야겠다는 둥.
한바탕 소란이 인다.
옆에서는 웬놈들이 지지배들하고 이미 싱어롱으로 속을 뒤집는데
우리중에 가장 덩치가 큰 준호가 드뎌 폭발을 했다.
"야이 쉐이들아!
여가 니 집구석이냐?
떠들라믄 집구석가서 떠들던지..머 어쩌고.."
순간 주위가 적막에 쌓인다.
저넘은 똥개 사랑하는 꼴도 못 볼넘이야..
에고..고 이쁜것이 노래도 잘하드만 저넘때메 싱어롱도 끝이구만..
야야!!
우리 글지말고 아까 거 다리밑으로 가자.
내 제안에 일행을 다시금 생기가 난다.
야, 동환이 너 노래한곡 뽑아바라.
"물새날아 가는 저곳으로 떠나간 내사랑~
너와 둘이 거닐었던 바닷가 그곳에~"
우린 꼭 한넘이 시작하믄 온통 같이 부르는 제창만 잘한다.
악동들의 발악에 해도 서산에 뉘엿뉘엿 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