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긴글 모음
어릴적 추억하나 - 보리서리
대청마루ㄷ
2005. 8. 3. 14:56
내 얄개시절에 대한 추억은
도회에서 버스나 전철로 통학을 하던 고교시절 보다
풀섶에 맺힌 이슬을 온 몸으로 털고 다니던
중학시절에 고정되어있다.
그래서 도시출신 친구들이 추억거리가 없다는 말에도
이해가 간다.
요즘엔 들에 나가도 보리구경 하기가 쉽지않지만
우리가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도회 근교에만 나가도
들판에 가득한 보리들의 물결을 쉽게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맘때 쯤 이었을거야.
들판 가득한 보리가 마악 황금빛 옷을 준비하느라
분주할 즈음 하교길 악동들은 그중 튼실하게 익어가는 보리를
한줌씩 베어서 서리를 한다.
여기저기 늘린 삭정이를 주워다가 불을 지피고
그 불에 보리를 적당히 익혀서 손에 부벼서 호호 불어내면
그 향긋한 풋보리의 내음과 입안에 녹아드는
그 맛이란..
보리 서리를 한 다음에는 꼭 입 주위를 씻어야 한다.
입 주위에 시커멓게 묻어있는 잔해를 씻지 않으면
도둑이 '난 도둑이오~' 하는 표찰을 달고 다니는 격이라..
여름방학이 다가올 무렵이면
보리서리로 채운 배의 충만감으로 저녁해를 받으며
귀가하던 그 서절이 다시 생각나는 날..
이미지:네이버 이미지(똠방)님 작 빌려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