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사진들

추억을 찾는 고향길-3[고향마을]

대청마루ㄷ 2005. 8. 6. 19:43

한뻠도 안되는 땅이라 했다.

사방을 둘러봐도 오리도 안보이는 땅.

그 땅에 뿌리내려 한때는 일천명을 웃도는 대 가족을 먹여살린 이 골짜기.

우리네 국민학교가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인줄 아는 조무래기들은

가난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마냥 행복 했었다.

최소한 도회의 물을 먹어보지 못한 상태에서는..

 


 

학교가 파하면 우린 너 나 할것 없이 산으로 올랐다.

집에가면 멍에처럼 지워지는 지게와 망태기가 싫었기 때문이지.

일손이 모자라는 산골농사라 움직이는 모든 동물은

농삿꾼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고속도로가 나면서 잘려나간 저 앞의 절개지에

우리가 놀던 말등바위가 있었다.

우린 그 바위를 타며 어린 산악인이 되었지.

 


 

반듯하게 난 농로가 무색하리만치 길옆엔 잡초가 자라있다.

일손이 모자라는 농촌의 공통적인 현상이 아닌가?

사람 키보다 훨씬 더 커버린 개망초 무리가 가로수처럼 늘어서 있다.

 


 

저 참깨가 익으면 밭에 넓직한 포장을 펴고 참깨를 턴다.

어렸을적 추억중에 참깨서리를 한적도 있다.

그 소중한 남의 참깨를 어찌 소중한지 알고 털었을까..

 


 

아직은 어린 벼들사이에 유난이도 오된 벼 한포기가 커다란 키에 꽃을 피우고 있다.

사람이건 식물이건 큰놈은 인정받는 세상이라..

 


 

온 밭이 수국이다.

특용작물로 재배를 한다는데 오뉴월이면 온 밭에 수국꽃이 장관이랜다.

 


 

가운데골 밭에 고추농사가 풍년이다.

잘 생긴 고추들이 주렁주렁 열려서 마음까지 넉넉하게 한다.

 


 

이날 세 시간동안 딴 빨간고추가 비료포대로 열포대가 넘는다.

내가 쏟은 땀방울을 모아보면 한바가지쯤 될 것 같다.

 

이날은 저물도록 고추를 따고 친구들이 부르는 시내로 나갔다.

언제나 반겨주는 고향의 친구들.

그들과의 대화에 농사의 피로를 씻고 새벽 두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