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사진들

추억을 찾는 고향길-8[순천에서]

대청마루ㄷ 2005. 8. 9. 10:23

순천에서 고등학교 미술교사를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여기 지금 구례인데..

그럼 거기서 얼마 안걸리니 순천에 내려 오란다.

하는일이 있어서 안내는 힘들고 오랫만에 얼굴이나 보잔다.

 

17번 국도 순천 초입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운치있는 느티나무가 몇그루 보이는데

이곳에서 직진하면 시내이니 그대로 직진해서 조금 가다가 강변도로로 좌회전...

 

친구의 설명을 머릿속에 지도로 집어 놓으며 달리다 보니 그동안 순천땅이 이렇게

가까워졌나 싶다.

이 좁은 땅 곳곳을 거무줄처럼 이어놓은 사통팔달의 도로가

움직임을 쉽게 한거지..

 


 

친구의 설명대로 찾아간 곳이 동천이라는 하천이다.

하천 이름으로 봐서 아마 서쪽에는 서천이라는 냇물이 있을 법 하다.

그 친구의 작업장이 이곳이란다.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이 친구의 손이 페인트공의 손이다.

 



 

어리둥절 한 내게 환한 표정으로 말해주는 작업설명은 이러하다.

 

몇해 전 이 하천의 고수부지 위를 빌어 낸 이 도로의 아래는 수백개의 교각만이

덩그러니 서있고 하천은 썩은물로 채워져 그야말로 공해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단다.

 

보다못한 이 친구가 뜻을 같이하는 교사와 학생들을 모아

이 공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01년부터 여름방학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청소를 시작하자 처음엔

팔짱만 끼고있던 행정당국에서 하천 정화작업에 나서

오폐수관을 묻고 보도블럭을 까는 등 동참에 나서게 되고

 


 

이제는 냇물에서 물고기를 잡을 정도로 맑은물이 흐르게 되었다 한다.

 


 

이곳은 건너편의 공원과 그 아래로 지나는 철도와 도로, 그리고 맑은 하천

그 건너편인 이 쪽은 시원하게 뚫린 도로가 나란히 달려

벌써부터 순천 시민들의 좋은 휴식처로 각광을 받고있단다.

 


 

처음 작업을 시작하던 때에는 어려움도 많았었겠지.

그림을 그리는데 사용하는 페인트 값만도 만만치 않은데 돈한푼 안생기는 이런일을 한답시고

여름방학인데도 가족을 내팽겨치고 썩은내 나는 개울에 매달려서 보낸 세월 아닌가?

 

이제 햇수로 5년이랜다.

스스로 돕겠다고 나선 자원봉사 학생들과 안타까운 마음에 동참한 동료 교사들과

묵묵히 참고 견뎌 준 아내에게 감사한다는 그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참으로 예쁘고 자랑스런 아이들이다

수백개의 교각에 문양을 넣고 색칠을 하는 이 아이들의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서

우리의 건강한 미래를 본다.

 


 

작업을 하는 아이들을 사랑스런 눈으로 하나하나 사진에 담아주는 내 자랑스런 친구

안철수 선생이다.

 


 

이제는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곳에서 문화축제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이 직접 도안하고 기획한 수백장의 벽화가 삭막한 콘크리트 벽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이런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청소년들이 과연 어떻게

나쁜 생각이나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도 목이말라 음료수라도 좀 달라고 하였더니 마실것이라곤 식수밖에 없다고

한 컵 따라준다.

이 거리를 "청소년의 희망로"라고 스스로 이름한 이들의 땀방울로 인하여 순천은

모르는 사이 청소년 문화의 요람으로 자리하고 있다.

 


 

애초 순천에 갈 때에는 이 친구를 끌고 바닷바람이나 쐬러 가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 일이 어디 일당받고 하는 일도 아니고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일이었기에

난 흐뭇한 마음으로 다시 혼자만의 여행길에 오를 수 있었지.

 

사랑한다.

자랑스런 내 친구 철수야!!

너와 네 동료 그리고 제자들의 노고로 순천의 색깔이 변하고 있구나..

그 작업이 마무리 될 때쯤 나도 가까운 곳으로 이사나 갈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