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여행기록

우중휴가-1

대청마루ㄷ 2005. 8. 25. 10:07

집에서 쉬라는 휴가가 언제부턴가 집을 떠나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된지 오래인것이 요즘 우리네 휴가방식이다.
남들 다 떠나는데 우리만 집에 남아있으면 왠지 없어 보이고,아이들 또한 친구들과의 이야깃거리가 줄어 소외되는 것이 현실이다.
"혼인식 날 잡으니 등창난다."는 말이 있듯이 휴가날만 잡으면 어김없이 폭우가 반겨주는 우리집의 몇년된 전통임에 올해 휴가도 예외는 없다.

2002.7.22(월)


새벽부터 온 천지를 적시던 빗줄기는 단 한번의 그침도 없이 온종일 퍼부어 대는게 마치 조롱을 하는듯 하다.
"네놈이 무슨 휴가냐.없는놈은 그저 방콕에서 엑스레이나 찍을 일이지."

하지만 여름에 폭설이 내린들 내 일정에 변함이 있을까.
목적지는 강원도 속초.
아이들을 포함한 우리가족 넷,그리고 하숙집 아저씨 부부 이렇게 두 가족이 비내리는 오후를 달린다.
새로 위치를 바꿔 잘 만들어 놓은 동수원 I/C를 들어서 달리는 영동고속도로는 평일인지라 한번의 막힘도 없이 잘도 달린다.

원주를 못미처 만종분기점에서 춘천과 대구를 잇는 중앙고속도로로 들어서니 새로난 고속도로는 시원스레 뚫려있어 빗길 과속운전을 경계케 하고 한참을 달리니 홍청 진출로..
여기서부터 구불구불 이차선 국도가 시작된다.
날은 어두워져 벌써 컴컴하다.
줄기차게 내리는 비와 어둠으로 중앙선이 보이지 않는길을 달리자니 눈도 아프고 피로도는 가중된다.

한참을 달려 들른 휴게소는 조각휴게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많은 나무조각품들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다만 좀 아쉬운것이라면 어찌 그리도 남근만을 조각했는지 아이들 보기가 민망한 지경이다.
인제와 원통을거쳐 고성쪽으로 난 길로 접어든다.
날은 칠흑같이 어둡고 빗줄기는 굵어질대로 굵어져 있어 초행인 나로서는 죄악의 조건이다.

무슨 스키장인지 리조트인지 있는 마을에서 길은 두갈래로 나뉜다.
좌측으로 가면 고성,간성이고, 우측으로 가면 속초라는 이정표에 따라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 길로 가면 미시령을 넘나보다.
빗줄기의 굵기는 변함이 없는채로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안개까지 짙어진다.
안개등을 켜봐도 소용없는 어둠과 싸우며 '미시령휴게소에서 쉬고가자' 던 약속은 순식간에 어겨져 버린다.
어둠속에서 그만 왼쪽에 있는 휴게소를 놓쳐버리고 지나치면서 아쉬워할뿐..

이제부터 브레이크에서 고무타는 냄새가 날정도의 내리막길이다.
낮이나 일기가 좋은 날씨 같으면 덜 밟아도 될 브레이크를 끝도없이 밟아대며 내려가다보니 지도에서 익히 보았던 대명콘도가 보인다.
이제 속초가 가까워 오나보다.
그나저나 우리가 묶을 동부아파트는 이제 어떻게 찾아야 하나..
일단 시내로 접어들어 속초중학교를 찾는다.
관광지라서 그런지 길을 알려주는 시민들의 성의가 보통이 아니다.
몇차례 행인들을 붙잡고 물은끝에 드디어 그 아파트를 찾아 들어서니 시계는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