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참소리 에디슨 박물관
어디선가 그 이름은 들었지만 직접 보기 전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단체관람 코스에 들어있는 그 박물관은 그저 대충 보고 그 관람 후에 이어질 주문진항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 싱싱한 오징어회만 눈에 자꾸 아른거렸던 것이다.
버스가 대관령을 넘어 강릉 시내를 지나가고 있다.
동쪽으로만 달리고 있으니 아마도 바닷가 마을인 모양이다.
드문드문 해송이 서 있어 운치를 더하는 마을에 자그마한 연립주택이 있고 입구가 복잡해 대형 버스는 드나들기 쉽지않은 마을에 우릴 내려준다.
연립주택 사이 상가가 들어 서 있을법한 건물에 참소리박물관이라는 명판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규모는 작지만 그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건 박물관이라기보다 창고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규모만 웅장하고 내용물이 형편없는 여타 박물관과의 차이점이 바로 그것이다.
일행이 모였을때 그 박물관의 남자직원이 우릴 집합시킨다.
이 박물관이 생기게 된 배경과 설립자 이야기,그리고 앞으로의 운영계획등..
정말 소리에 관계된 모든것을 집합시켜 놓은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디슨이 처음 만든 축음기며 세계에서 가장 작은 축음기등..
100년이나 지난 그 시절에도 이렇게도 많은 종류의 축음기들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었구나..
그 건물 3층에 마련된 시청각실에서 대형화면과 함께 보고 듣는 3곡의 음악은 나를 음악 메니아로 만들어 버린다.
그 중에서도 L.A 올림픽에서 부른 그들..루치아노 파바로티,플라시토 도밍고,호세 카레라스의 화음..
환상적인 음악에 취해 한동안 얼얼해 하던 우리를 다시 옆 건물로 인도한다.
His Master's voice
이 박물관에 가면 눈길을 끄는 상징이 하나 있다.
아주 고전적인 축음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강아지의 모습이다.
처음엔 그저 무심히 보아 넘겼는데 박물관 직원의 설명을 듣고보니
참 멋진 강아지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 강아지의 이름은 니퍼(Nipper)라고 하는데
그의 주인 곂에서 항상 듣는 음악이 있었다.
"무도회의 권유"라는 곡인데 어느날 주인이 죽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는데 그 주인과 함께 듣던 축음기의 나팔에서 혹시나 소리가 날까
해서 그 나팔에 귀를대고 한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소리가 나지않자 거리를 방황하게 된다.
어느 축음기 가게 앞을 지날때 마침 그 가게의 축음기에서
반가운 "무도회의 권유"가 흘러나오고 니퍼는 반가워 그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듣는다.
하지만 그 음악은 한곡으로 끝나버리고 니퍼는 또 다시 방랑의
길을 나선다.
극작가 프팽크시맨에 의해 쓰여진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니퍼는
오늘날에도 세계 여러나라의 오디오와 레코드 심벌마크로 쓰여지고
있다고 한다.
이 심벌의 이름은 "His Master's voice"라고 하는데
내 나름대로 번역을 해 보면 "주인의 소리"쯤 되지 않을지..
뮤직박스관,에디슨관
설립자 손성목선생은 함경남도 원산태생인데 여섯살때 아버님께서 일제 축음기를 사 주셨는데 몇년 후 한국전쟁이 터져서 피란을 나오게 되었다.
무게가 20 Kg 이 넘는 이 기계를 소년은 등에 짊어지고 울며불며 피란길을 따라와 지금도 그 축음기는 수집 1호로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뮤직박스관]
안내원의 안내를 따라 제 1관의 축음기 관을 구경하고 나자 우리는 곧바로 제 2관인 뮤직박스관으로 안내되었다.
그 전시관은 축음기가 나오기 이전의 소리통들을 모아놓은 곳인데 이곳에서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흠집을 내서 만든 철판(소리판)을 태엽의 힘으로 돌리면 그 흠집을 건드려 멜로디가 나오는데 그 음향이 그리도 고울수가 없다.
공장의 기계장치만큼이나 커다란 장치는 전원을 연결하자 오케스트라를 연주한다.
여기서 말로 설명을 하기가 곤란할만큼 놀라운 기계들로 이루어진 축음기 이전의 소리통들..
서양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자료들이다.
참소리 박물관의 홈페이지가 있었으면 그 자료로 하여 보다 더 정확한 글을 쓸수가 있을텐데 안타까움이 남는다.
전시실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기에 사진한장 가진것이 없어 그 점도 안타깝다.
[에디슨관]
에디슨관은 축음기관의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많은양의 에디슨 발명품들이 전시되어있다.
초기 축음기 발명당시의 여러가지 시제품에
전구를 비롯하여 와플제조기,전기난로,재봉들 등..
이전에 내가 생각했던 에디슨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위대한 발명품들이 가득했다.
정말 직접 보지 않았을때는 믿지 못할 놀라운 발명품들..
현대에 쓰고있는 어떠한 전기,전자제품과도 거의 유사한 모양의 세련된 모양들..
나의 표현력에 한계가 있음을 안타까워 하며 이 글을 접는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더 가본 뒤 정리하기로 하고..
2001.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