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온 글들

누이 3

대청마루ㄷ 2005. 8. 3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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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이 3

서슬 푸른 지폐 들고
부른 배 두드리며 계산서 내밀 때
누이는 주린 배 채우려 라면 불려 먹고
남은 동전을 세고 있었다

눈부신 꼬부랑 간판 지하실에서
분위기 잡고 몸 비빌 때
누이는 야근 반장 치켜 뜬 눈살 두려워
졸린 눈꺼풀 밀어 올려야 했다

 

다음 학기 등록금,
붉은 전등 아래 구역질로 날릴 때
누이는 30촉짜리 백열전등 밑 재봉틀에
손가락 물려 사경을 헤매야 했다

 

감히 쳐다볼 수 없었던 대학 캠퍼스,
누이는 꽃다운 나이 동여매고
후미진 곳에 개망초꽃으로 피어
빈 가슴으로 울어야 했다

 

어두운 기억 속 세상이 싫어
그들의 천국이 싫어
그들보다 먼저
발뻗고 누울 자리 찾아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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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고향친구인 안철수 선생(안개나루)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시화입니다.

자신의 삽화에 자신의 글을 넣어서 만든 이 시화의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누이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이 절절이 스며 있지요.

이친구 사진솜씨 또한 프로급입니다.

그림쟁이의 타고난 감각이 분명 도움이 되었을 법한 그의 사진들을 보는것도

저의 요즘 또다른 취미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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