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일기장
노는입에 궁시렁대기
대청마루ㄷ
2005. 9. 7. 21:38
보리는 차가운 겨울을 견뎌내야 제대로 싹이트고
알곡이 튼실하게 맺힌다고 한다.
라디오에서 얼핏 들은 이야긴데 러시아에서 보리 생산을 늘리려고
봄에 심어서 가을걷이를 할려고 했더니 거의 쭉정이만 남더라고..
그래서 보리 씨앗을 냉장고에 열흘 이상을 넣어 두었다가
그 씨앗을 파종하니 가을에 심은 효과가 나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차가운 성질의 보리를 하절기에 파종하는 일은
바늘 허리를 매어 쓰려는 짓이라.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우리 민족, 특히 옛 어르신들은 무슨 일이건
서두르는 법이 없다.
달도 차야 기운다는 만고 불변의 진리를 온 몸으로 터득한 그들.
우리보다 배움은 없을지라도 세상의 이치만큼은 우리가 그들의 발바닥도
따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오늘도 운전을 하면서 비켜갈 틈이없는 소로에서 너무나 얼쩡대는 앞차에 화가나
혼자서 욕을 해댄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이건 비단 나 뿐만의 경우가 아니라 이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전염병 같은
조급증이라..
천천히 걷기.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은 짧게하기.
목표가 많으면 실천이 어렵다.
저 간단한 목표부터 실행해야겠다.
자동차로 달리던 길가의 수로에 물오리떼가 한가롭다.
바늘만큼 가느다란 다리로 고고하게 서 있는 백로 또한 여유롭다.
태풍 나비가 씻어 준 고운 하늘에 흩뿌려진 구름이 한폭의 그림이다.
사진은 서탄 들녁에서 바라본 오산쪽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