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사진들

대청호반에 잠긴 秋心

대청마루ㄷ 2005. 9. 11. 22:22

아침 풍경을 볼 일 이었다.

 

호반의 아침은

미처 버리지 못한 보랏빛 여운을 안고 도리질 하는 물안개의 춤사위와 부지런한 물새들의

자맥질에 되살아 나는 생명력의 원천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늦여름 작열하는 태양아래 잔잔하게 속삭이는 수많은 물비늘의 재잘거림도

나그네에겐 다정한 밀어로 다가온다.

 

그렇다.

잘 다듬어진 측백나무 울타리가 도열해 선 군인들의 스포츠 머리를 떠올리게 하는 계단을

가위 바위 보를 하며 깡총깡총 뛰어 올라가는 젊은 연인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그리

싫지 않음도 배웠다.

7,80년대 댐 하나 막아 놓으면 으례 세웠던 통수권자의 휘호를 새긴 위협적인 기념비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렇게 변할 수 있었구나.

 


 

충주호에 이어 중부권에서 두번째의 규모를 자랑하는 이 대청호는 전과 원군의 앞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라 한다.

이 대청호의 둑인 대청댐의 기념탐에서 댐 건너편 산을보면 가파른 절벽위에 매달린 듯한

절이 있는데 이 절이 구봉산 현암사이다.

대청호반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이 절에 올라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망대로 제격인

위치에 절이 있다.

바위에 매달려있는 모양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 현암사에는 독특한 전설이 있다.

 


 

옛날 이 절은 너무도 가난하여 도무지 끼니를 연명할 길이 없어 수도승들이 자꾸만 떠나갔다.

그러다가 불심이 강한 한 젊은 스님이 들어와 절대로 이 절을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찬물로 요기를 하며 염불을 하다가 배가고파 쓰러져 잠이 들었는데 꿈이 한 노승이 나타나

아궁이를 보라는 현몽을 하였다.

아궁이를 보니 한사람이 한끼만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있어서 끼니를 때웠는데 그 후로 기도를

하면 한끼분의 양식만 생기는 것이었다.

그 후로 이 절에 들어오는 스님들은 이렇게 연명을 하며 수도를 해왔는데 어느 욕심많은 스님이

들어와 한끼분의 양식만 나오는 것에 불만을 품고 아궁이를 쑤셨더니 그 이후로는 양식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언젠가는 올라가 봐야 할 절인데 이번에도 아래에서만 올려다 보는 마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물 홍보관 맞은편의 돌출된 산언덕을 보면 팔각정이 보인다.

이곳이 전망대이다.

전망대 주위엔 조경이 잘 돼있고,주차장도 갖춰져 있어서 대전 시민들의 요긴한 휴식처가 되어주

고 있다. 몇년 전 어느 봄날 이곳에 와 지천으로 쏟아지는 눈같은 벚꽃에 취해 시심을 돋구던 일

이 생각난다.

 

너 그 하이얀 순결로 인하여
내 푸르름이 더하노니
나는 너로 인하여 살아감을
너는 나로 인하여 즐거움을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여 완벽함을

너는 둥그럼의 그 부드러움으로
세상을 어우르고
나는 뾰족함의 예지로써
세상을 풍자함이
만세를 풍류하며
우리 이대로 영원하리..


 

내가 소나무가되 어 벚꽃과의 어우러짐을 노래해 본 어눌한 시이다.

 

이곳에서 충주쪽으로 물가를 따라 한참 달리면 청남대의 관문인 문의에 이른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표를구해 청남대행 버스를 타면 그 버스만 통과시킨다고 한다.

오늘은 시간관계상 청남대 관광을 다음으로 미루고 아쉬운 발걸음을 여기서 접는다.

 

친구여
여행갈때 캔버스는 꼭 챙기고 가게
여행길 흐드러진 벚꽃닢만은 세상사 재쳐두고라도
종이에 담아오소
우리네 인생 버거울땐 그 종이 펼쳐놓고
꽃송이 세어가며 담소나 풀어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