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사진들

호수풍경 하나

대청마루ㄷ 2005. 10. 4. 12:44

가을비는 추적추적 내 마음을 적십니다.

이제는 찌들어 그 흔적마져도 사라져 버릴

내 못난 추억을 더듬으며

호반에 이따끔씩 내리 꽂히는 빗방울을

바라보는 옹색한 여유를 가져봅니다.

 

 

물새가 부러웠습니다.

자유로운 몸짓으로 창공을 유영하다가

물고기 뻐끔대는 호반을 수직으로 하강하여

비호처럼 활공하는 저 몸짓이 부러웠습니다.

 

 

 

끝내는 잊혀질거라 했습니다.

영원은 없는 것이라 했습니다.

떠난 이 또 다른 삶의 질곡에 빠져들고

남은 이 남은대로 표류하고

인생은 그런거라 했습니다.

 

 

그렇겠지요.

행복하겠지요.

그럼요.

행복해야 합니다.

반드시 행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화를 낼겁니다.

 

 

 

바보같이..

정말 바보같이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보내버린 당신.

호반에 서면 다 벗어 저 푸른 물속에

다 넣어 버리려 했는데

오히려 저 푸른 물 만큼이나 많은 그리움만

퍼가게 되는군요.

괜한짓을 했습니다.

 

이젠 스스로 녹아 없어질때까지

지우개로 구름을 지우는

우매한 짓은 안하렵니다.

 

행복하기를..

부디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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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풍경은 화성시 정남면의 보통리 저수지입니다.

가을비가 적당히 적셔준 호수는 참 여유있더군요.

다만 개발의 몸살로 자꾸만 변해가는

호수 주변의 풍광들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