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일기장
이 한장의 사진
대청마루ㄷ
2005. 11. 20. 13:07
화성 융건릉 입구의 향나무이다.
구불구불 구절양장을 이루며 천천히 하늘로 비상하던 이 오래된 향나무는
그 노쇄한 몸의 일부는 하늘에 내어주고 나머지 부분은 아직도
정정하게 살아있다.
그리고 그 수를 다한 유해마저도 저렇게 굳센 기상으로 날개짓을 하는
이 향나무를 보면서 우리네 인간의 생을 대비시켜 본다.
향나무의 십분지 일도 못살고 가는 우리네 인간들.
태어나면서 부터 치열한 전쟁속에 뛰어들어 아귀다툼으로 점철된 생을 살다가
마침내 온갖 악취를 풍기며 죽어가는 인생사.
죽으면 단 한푼의 돈 마저도 갖지 못하고 땅속에 묻힐것을 왜 우리는 그렇게
아웅다웅 하며 생채기만 내고 살아 가는가.
저 굳센 기상의 향나무처럼 제 자리를 지키며 주어진 삶을 살다가
죽어서까지 타인에게 아름다움을 주는 생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나무처럼 살고싶다.
버거운 인생의 짐 훌훌 벗어놓고
바람과 구름을 벗하며
모든 근심걱정 잊어 버린 채
바람과 구름을 벗하며 살고싶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절 바뀜도 모른 채
바람소리,새소리,물소리랑 대화하며
한평생 물처럼 흐르다가
그렇게 그렇게 자연이 되고싶다.
참으로 힘든 세상이다.
곳곳에 적이요,곳곳에 장애물이다.
내가 그들의 장애물이 되기전에 내 자신을 치우면
그들은 결국 낮아진 나를 발로 문질러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고 하는 세상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처럼
앞에도 적이요 뒤에도 적이 포진한 세상.
화해의 손길을 거부하는 자
도대체 왜 공멸하려 하는가..
모든것을 포용하며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함께 흐를 수는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