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일기장

생각 하나

대청마루ㄷ 2005. 12. 2. 11:09

 

인터넷에서 우연히 얻은 사진인데 그 내용이 웃기기도 하고 또한 이십년 가까운 세월속에 잊혀졌던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내용이라 책갈피에 끼워 두었다.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들으시면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고 하시겠지만 내가 결혼을 할 당시만해도 승용차로 신랑신부에게 장난을 칠 정도로 부유한 나라가 아니었기에 저 내용이 그리 친근하게 다기오지는않는다.다만 어찌된 운명인지 그리도 멀고 험난한 곳에 처가를 두게 된, 그래서 그곳의 이질적인 문화에 발빠르게 대응했던 그시절의 이야기 한토막을 내 기억에서 지워지기 전에 수첩에 메모해 본다.


결혼식을 올리고 그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처갓집에 인사를 하러 천리 먼길을 가게 되었다.
형편상 결혼식을 하고 몇개월 후에 아이를 낳아 갓난아이를 안고 간 인사는 신혼인사라기 보다 차라리 득남인사라는 말이 옳을 것이다.


수원에서 열차를 타고 밤새달려 목포에 도착을 하니 새벽시간이다.
역전의 해장국집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 텅 빈 속을 달래고 다시 진도가는 버스를 기다려 덜텅거리는 시골길을 달려 진도읍에 도착하니 해가 중천이다.여기서 다시 처가마을로 가는 버스를 기다려 한시간을 달리니 드디어 처가마을이다.
아이도 지치고 어른도 지쳐서 낯선마을에서의 일과는 비몽사몽이었다. 그 와중에 처가의 일가친척 어른들이 몰려와 서울서방의 군기를 잡아대는데,그 독하디 독한 진도홍주와 삭힌 홍어가 그들의 무기였다. 한모금 마시면 목줄기를 칼로 째는 듯 훑고 내려가는 홍주를 반 강제로 먹이고는 삭힌 홍어를 입에 넣어준다.홍어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가스가 콧구멍으로 배출되는 순간 눈물이 저절로 흐른다.


해는 중천에 있는데 홍주에 취해 정신이 몽롱한 채로 흘러가는 시간들.

저녁이 되자 나이가 한참이나 어린 아내의 남자 동창들이 몰려와 음흉한 눈빛으로 나를 훑어보는데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이다..피부가 하얀 서울놈에게 거나하게 얻어 먹는다거나 내 친구에게 잘해주라는 그런류의 주문이 있을리 없다.오로지 이 낯선놈을 족쳐서 섬나라 진도의 '깡다구'를 보여주겠다는 무시무시한 목적만이 머릿속에 있는 것이다.그런 그들에게 순순히 당하고만 있는 나였던가?


 


장모님께서 술상을 차려 오시자 술은 먹는 둥 마는 둘 저희들끼리 눈짓으로 사인을 보내더리 이내 술상을 한뽁으로 치우고..한잔 더 하라는 내게 이제 슬슬 시작을 하자는..거의 반말에 가까운 협박을 하고..


나는 일단 아내에게 약을 좀 가져 오라고 해서 야 한주먹을 입에 털어넣었다. 무슨 약을 그렇게 먹느냐는 그들의 질문에 '나 허리수술을 한지 한달쯤 됐는데 아직은 약을 먹어야 한다..나 가지고 노는건 좋은데 허리에 철심이 박혀 있으니 살살 다뤼라.' 하면서 아예 드러 누워서 몸을 내 주었다.


그러자 그들의 낯빛이 점점 변하는가 싶더니 이내 온순해진다.


그런 그들에게 술을 권하며 일장 훈시에 들어갔다.타지에서 온 백년손님에게 장난을 빙자한 폭력을 가해서 이마을에 도움될게 무어 있느냐고..이 먼곳까지 인사를 온 손님에게 융숭한 대접을 해 보내도 서울할 판에 당신들의 실없는 장난에 불상사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냐고..나의 훈계에 이내 순한 양으로 변한 그들.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야 없지 않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그 후에 그 마을로 장가를 가게 된 많은 이들이 내 덕을 보게된 것이 사실이다.


 


그보다 전에 진도의 조도라는 섬으로 장가를 가게 된 고향친구는 몸져 누울정도로 당했다는 소리를 한참이나 지나서 듣게 되었다.우리는 신랑이 신부집에 가서 당하는 것을 닳는다는 표현을 쓴다.그 어원이 어디에 있건 장난삼아 벌이는 이들의 행위는 분명 집단폭행임에 틀림이 없다.


북어로 발바닥을 때리는 것은 정력을 강화시킨다는 해괴망칙한 잡설로 정당화 하는 공공연한 폭력..헌데 요즘 더욱 한심한 작태를 보게되니 바로 저 위의 경고문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부모앞에서 무릎꿇기도 거부하는 요즘 젊음이들. 이들에게 저런 수치스런 행위는 모두가 통용 된다는 사실이다. 급격한 서양문물의 범람으로 가족의 가치관이 무너지고, 부모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면서 자존심만 내세우는 이들이 저 자존심 무너지는 행위는 어찌 감내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