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여행기록

제주 - 용두암

대청마루ㄷ 2005. 12. 29. 09:42

눈길을 헤치고 가던 버스는 어느새 시야가 확 트인 해안을 달리고 있다.

해수온천탕을 가는길이라는데 수평으로 날리는 눈발과 검은 바위에 부딛혀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서 바깥바람이 얼마나 세찬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어차피 관광이나 여행을 함에 있어서 편한것만 추구한다면

눈에다 담아갈 것이 뭐 있겠는가?

해수탕을 가는길에 용두암을 보자고 주차장에 내렸다.

사람을 날려버릴 듯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에 일행 중 일부만 내려서 용두암을 보자고 나간다.

 

 

하늘은 저리도 한가롭기만 한데 그 아래의 세상은 온통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바람과 파도의

협박이다.

 

 

눈처럼 희끗희끗한 것은 파도가 만들어낸 거품이다.

 

 

저 우렁찬 기상의 용머리 바위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한자리에 서서 독한 풍설의 시새움을

견뎌 왔을까?

 

바람과 돌과 비바리의 땅에서 비바리는 온데간데 없고 돌,바람만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용두암 바닷가에서 꽁꽁 언 몸을 해수탕에서 녹이고 가이드가 이끄는 인근의 어느 횟집에서

얼큰하게 취한 우리는 제주도의 이튿날 밤도 음주와 가무로 밤 깊은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