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아침 출근 길.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불편한 통근길이기에 상당히 쌓인 눈에 연신 걱정을 하면서도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10Cm 정도 쌓인눈에 차량들은 거북이 걸음을 하였으나 그런대로 움직여 주는 것 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 행복도 이내 얼마가지 못하고 차량들은 아예 서버렸다.
이곳 백여미터를 지나가는데 꼬박 한시간을 소비했다.
아무리 눈 치우는 일이 귀찮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다니면 답답하지 않을까?
하긴 이 차를 만나기 전에 또 한차량은 사이드밀러를 보는 창문도 손바닥만큼만 뚫고 다니던데..
아뭏튼 눈을 얹고 다니는 일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기름낭비도 심하다고 한다.
이 자리에 그대로 이십여분을 서 있는 동안 오른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괴이한 현수막이 보인다.
"우리는 환지(를) 줄 때까지 계속 투쟁한다."
이땅을 비싸게 팔아서 차익은 남기고 다른곳에 싼 땅을 사달라는 것이다.
수도권이 팽창해지면서 이곳 화성땅에도 온통 아파트를 짓느라 북새통이다.
따라서 농지를 수배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온갖 웃지못할 촌극들의 일면을 여기서 또 보게되는
것이다.
얼마 전 이곳을 지나면서 보니까 "토지 소유자께서는 000-000(아무개)에게 연락하여 토지보상에
단체로 대응합시다." 하는 문구의 현수막을 보았는데 이제는 그것으로는 양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받을만큼 다 받게되니, 이제는 생떼라도 써서 한푼이라도 더 건지자는 심산 아닌지..
콘테이너 사무실까지 차리고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걸로 보아 조직적이고 치밀한 집단 알박기가 진행중인 모양이다.
문득 '나도 저런데 끼일 땅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들어 머리를 흔들어 본다.
이 촘촘하게 심어진 나무들은 이들이 보상금을 올려받기 위해서 논을 복토하고 그곳에 심어놓은 보상용 유실수라고 한다.
나무와 나무 사이가 30Cm정도 되어 도저히 경작용이라기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촘촘히 심은 이유는 이 "나무 한그루당 얼마"라는 식의 보상방식을 노리는 때문.
인간의 욕심에는 도무지 한계가 없는 것일까?
하긴 욕심에 한계가 있다면 사회가 발전하지 못한다는 말도 있지만 가질수록 더욱 많은것을 원하는 인간의 욕심에 쓴웃음이 나온다.
그저 나같은 플로레타리리아는 이런 곳에나 눈길을 주며 당당하게 살 일이다.
돈이 없으면 조금 불편할 뿐, 불행의 원인은 아닐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