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일기장

봄가뭄에 죽어가는 황구지천

대청마루ㄷ 2006. 4. 13. 10:30

황구지천은 수원에서 시작하여 평택의 진위천과 만나기까지 꽤 긴 거리를 달리는 냇물이다.

이 고단한 길을 달리며 많은 곡창을 단물로 적셔주면서도 맑은 하천이라는 칭찬이나

대접같은 건 기대도 하지 못한다.

 

이 하천은 처음 수원에서 출발하면서 부터 죽어있기 때문이다.

따지자면 출발점이 수원이 아니라 의왕의 백운산인데 애초 그 출발점에서 부터 썩어있는

물이다.

도시로 지나는 물은 불행하다.

온갖 생활하수와 산업폐수에 골병이 들고 미처 정화할 사이도 없이 오로지 썩은물로만 흐른다.

 

 

단 한번도 맑은색을 보여주지 못한 채 수원의 오목천을 지나면 또다른 썩은 물인 중보천과 만나

고, 오랫만에 조금 맑아진 물 수원천과 만나는가 싶더니 남수원의 온갖 하수를 머금은 양정천과

만나 오염은 그 절정에 이른다.

 

 

이 하천에서 죽은 물고기를 만나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수량이 풍부한 장마철에는 불어난 빗물에 목숨이라도 부지하던 물고기들이 수량이 줄어

든 갈수기가 되면 온통 저렇개 드러누운 채 썩어간다.

하천을 지나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것이 아니라 온통 썩어지는 냄새뿐이다.

물도 썩고 고기도 썩고 그 물에 비친 하늘빛도 썩는다.

 

 

도시의 하천은 이렇게 썩어가고, 죽어간다.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도...우리의 정신도 또한 썩어가고..죽어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