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사진들

추억을 찾는 시간여행

대청마루ㄷ 2006. 5. 12. 10:50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첨탑아래 교회의 또 다른 상징처럼 내어걸린 현수막에

으례 보이던 저 글귀.

전에는 몰랐으나 저 글귀가 얼마나 심오한 뜻을 내포하는지 이제 나이 몇살

더 먹으니 자연스레 알게되는 인생의 진리가 아니던가?

 

누구에게나 처음 시작하는 일이 있다.

내 직장의 초년이 시작되던 시절.

그때의 설레임과 감동이야 어찌 평생을 잊을 수 있을까?

처음에 발령을 받은곳을 가고 싶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 이듬해를 보냈던

곳을 찾아 보았다.

아니, 찾아 본 것이 아니라 스쳐 지나갔다는 표현이 맞을게다.

 

 

호수 건너편 저 멀리 보이는 산의 공제선 가운데에 내 직장의 초년을 보내던 시절이 묻혀있다.

그 당시 군인들과 합동근무를 해야했던 우리는 막 제대를 하고 직장에 발을 들인 우리나

이제 고참병이 된 군인들과는 거의 친구지간이나 마찬가지의 친분으로 지내던 생활이었다.

사실적인 표현을 하면 자칫 기밀문제가 대두될 수 있기에 나머지는 각설하고.

이곳은 경부고속도로 추풍령IC를 빠져나와 김천에서 영동으로 이어지는 경부국도 황간방향으로

나오면 옛날에 그 이름도 유명했던 용문산 기도원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우리가 근무하던 시절에는 물론 비포장에 경운기나 트랙터 등 농기계나 군 트럭정도 오갈 수 있

는 아주 고약한 노질의 도로였다.

이제 가보니 2차선의 포장도로를 놓아 드라이브를 하기에 최적의 도로로 변모를 해 있었다.

 

 

추풍리에서 6킬로미터 정도를 걸어가면 나타나는 마을이 이 작점리이다.

여기서부터의 출근은 자연적인 등산이 된다.

어쩌다가 군 부식차량이라도 만나면 행운의 날이지만 그렇디 못한 날이면 마냥 산행을 해야하는

고통의 출근길.

그래서 집에는 한달에 한번정도 가는때가 많았었다.

 

햇살고운 여름날 이 길을 걷노라면 목놓아 울어대는 매미들의 합창에 동료의 목소리가 안들릴

정도였다.

무논에서 들일을 하던 마을 아저씨들은 보기드문 도회출신의 월급쟁이에게 딸래미 시집이라도

보낼 욕심으로 거의 어거지로 붙잡아 새참을 먹여 보내셨고..ㅎㅎ

 

지금도 이따끔 만나는 그때의 동료들이 모이면 나오는 말이 '뭐 그리 잘났다고 다들 튕기다가

얼마나 갑부장가들을 갔냐고..

 

그러나 이제는 그 시절이 23년 흘러 벌써 옛일로 밀려 버리고 이제 얼마 안있어 그시절 내 또래가

될 아들이 있으니 세월의 흐름이 무심하다.

 

 

그때에도 있었지.

봄 날 현기증이 나도록 아름다운 꽃을 피우던 길가의 복숭아와 귀가 멍멍하도록 울어대는 산새들

의 합창이..

저 산등의 철탑은 이적지도 나를 기다리는 여인네 마냥 봄날을 손짓하고 있다.

 

 

돌아오는 길 웬 이상한 산이 나를 위협한다.

무를 자르듯 산 하나를 통째로 잘라버린 인간의 폭거에 그저 할말이 없다.

저 산은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측면으로 보이는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