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여행기록

그리움을 싣고 서해를 달려보자.

대청마루ㄷ 2006. 6. 6. 10:53

조수석에는 사랑하는 그녀가 앉아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녀가 없다면 회색 그리움이라도 한뭉치 싣고서 떠나보자.

 

우리 국토의 서남해안을 나그네들의 좋은 휴식처로 제공해 준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경기도 평택에서 충남의 당진땅을 이어놓은 서해대교가 경기만을 가로질러 순식간에 당진의 송악땅에 내려놓는다.

송악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대호방조제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방금 달리던 서해대교 아래를 가로질러 넓다란 신작로가 뚫려 있는데 이 도로가 바로 몇년 전 전국을 시끄럽게 했던 한보철강을 위해 뚫어놓은 도로이다.

 

가속페달을 밟기전에 고속도로 아래로 난 길을 통과하자마자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왼쪽으로 거대한 돔형 건물이 나타나는데 고속도로에서도 보이는 하얀 건물이다.

이 건물의 용도는 알 수 없으되 이내 나타나는 푸른 바다에 눈길이 멈춘다.

우측으로는 서해대교와 저 멀리 삽교방조제가 어림되고 더멀리는 아산방조제까지도 추측해볼 수 있다. 바다 건너편에는 서해고속도로와 함께 새로이 급부상하는 평택항이 펼쳐져 있고, 해군 2함대 사령부가 이웃해 있으며 더 왼쪽으로는 안중의 LNG기지까지 나란히 도열 해 있다.

 

@ 고대리 안섬포구의 방파제 옆에있는 이름모를 바위-물이 빠지면 이 바위에 올라 좋은이들과의 대화에 빠져볼만하다.

 

바다를 따라 왼쪽으로 난 대로를 달리면 물 색깔은 점점 맑아지며 첫번째 나타나는 포구가 한진포구이다. 허나 이 포구에는 그리 오래 머물지 말자.

아무래도 옆에있는 고대국가공단의 기름끼 스민 바다가 석연치 않다.

큰 길을 다시 달려 한숨만 나아가면 아까 그 넓다란 대로(한보철강으로 가는)가 나온다.

가던 방향으로 따라달리면 동부제강을 지나 우측으로 고대리(안섬포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년전에만 해도 찾는이 하나 없었을 법한 이 마을에 들어서면 언덕을 올라서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푸른 바다에 정다운 눈길 한번 멈춰볼 일이다.

 

@ 방파제에서 바라본 안섬포구 마을이 초여름 햇살에 아름답다.

 

서쪽으로 갈수록 바닷물의 색깔은 푸르름을 더하고 초여름 햇살도 그리 싫지가 않다.

색다른 정경을 한껏 눈에 담았다면 가던길을 마저 달리기 위해 마을을 빠져 나오자.

최근 인천제철에서 인수받아 다시금 용광로에 불길이 당겨진 한보철강을 우측에 두고 달리다 보면 넓다란 신작로가 끝나면서 왕복 2차선으로 바뀐 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달리게 된다.

풍요로운 들녁을 관망하며 잠시만 가면 왼쪽으로는 석문 방조제가 보이고 곧장 달리면 성구미라는 바닷가 마을에 닿는다.

 

한보철강이 들어서기 전에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어촌마을의 전통을 간직했던 아름다운 마을이었다는 할머니들의 입담을 빌지 않더라도 보이는 풍경 하나하나가 어여쁜 마을이다.

 

@ 성구미 마을의 바닷가. 마을사람들의 정화작업으로 점점 해수욕장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모습이 반갑다.

 

@ 안개너머 건너편 평택항이 어림되는 성구미 바닷가는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은것이 장점이다.

 

@ 바닷물이 빠지면 자연산 굴을따서 소주안주로 제격이라..그 굴이 위지해 사는 바위를 덮던 물이 빠지니 갈매기들이 접수를 한다.

 

성구미 바다가 성에 안찼다면 가던길을 마져 달려보자.

예전에는 해안을따라 비포장길로 조심조심 가다보면 석문선착장에 이를 수 있었는데 어느 잘난사람이 어느날부턴가 이 길을 막아버려서 이제는 다시금 돌아 나가야 한다.

갈수록 점입가경인 선착장 옆의 바닷모래 채취장 때문에 망가져 가는 방조제 옆 포구를 외면한 채 석문 방조제를 따라 달린다.

이 방조제는 김제 갯펄을 사형시킨 새만금방조제가 막아지기 전까지는 동양 최장의 길이를 자랑했던 방조제라고 한다.

 

방조제가 끝나고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장고항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보인다.

그리 멋스럽지 않은 이 포구를 외면한 채 더 달리다 보면 일출과 월출을 한군데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내륙땅인 왜목리를 알리는 입간판이 보인다.

이곳은 타 매체에 워낙 잘 알려진 곳이라 사진을 생략한다.들를때마다 너무 상업화 되어가는 마을의 모습이 안타깝다.물이 빠진 이곳 바다에서 자그마한 게를 잡아다가 간장에 졸여먹던 기억이 새롭다. 일출사진에 많이 등장하는 섬 사이에 있는 뾰족한 바위까지 감상했다면 가던길을 다시 달려봐야겠다.

 

 

우측으로 당진화력발전소의 육중한 건물이 지나고, 대호방조제가 만들어 준 평야가 초여름의 햇살에 달궈지면서 피어오르는 논안개에도 눈길 주어보자.

 

 

담수호의 푸른물과 여름을 한껏 노래하는 풀꽃들의 노래에도 귀를 기울여 보자.

서해의 야트막한 바다를 막아 넓은 평야를 안겨준 대호방조제의 안쪽에는 사계절 맑은물을 담고있는 담수호가 있어서 삭막하지가 않다.

 

 

최근에 조성한 듯한 화단에는 온갖 화초가 피어나 여행객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조금 흠이 있다면 차량을 안전하게 정차하고 이들 풍경들 감상할만한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대호방조제 중간에 있는 도비도라는 섬에서 바라본 바다의 섬이다.

때마침 걷혀가는 안개속에서 빼꼼히 머리를 내민 섬들이 한 폭의 동양화같다.

 

 

도비도에 들어가면 끝쪽에 있는 농어촌개발공사의 기념탑의 오른쪽에 있는 박속낙지탕 집에 들어간다.박속의 육질을 넣어 시원하게 끓인 낙지탕을 음미하면서 바라보는 운무의 해상쇼를 관람하는 재미는 직접 경험을 해봐야 맛을 알 수 있는 여행의 백미이다.

 

 

도비도에서 먹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까지 더했다면 달리던 길로 조금만 더 달려보자.

또 다시 이어진 대호방조제의 수문이 있는곳에 자리한 삼길포라는 포구인데 수도권의 여타 포구와 다른 물색깔을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서해연안을 바닷길로 유람할 수 있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데 난 아직까지 그 유람선을 타보지 못했다.물론 시간을 잘못맞춰 유람선을 타기에 너무 늦은시간에 도착한 때문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유람선을 타며 감상한 사진과 글을 여러 님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수도권과 놀랄만큼 가까워진 서해의 당진바다.

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을 파아란 바닷물에 씻고 말려서 뽀송뽀송하게 돌아오는데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