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사진들

호수가 된 바다, 평택호를 가다.

대청마루ㄷ 2006. 6. 23. 11:41

그리움이 침전되면 저 빛깔일까?

오랫만에 찾아간 그곳 호수는 이미 물빛이 아니다.

세상의 온갖 더러움을 다 머금은 호수.

내어주고 내어주고 또 내어주고

받아주고 받아부고 또 받아주고

그리고 그렇게 멍들고 생채기 나고

썩어간다.

 

바다였던 그곳은 인간의 폭력에 의해

또 그렇게 죽어간다.

그 주검위를 질주하는 모토보트는

생각없는 인간들을 잘도 실어 나른다.

평택호, 그곳에 물빛은 없었다.

주검위에 도포된

위장된 평화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애초 바다였던 나는

너희들의 오만으로 호수가 되었고

이제는 똥통이 되어가느니..

6월 햇살은 참을성도 많다.

방종하는 인간들의 허망한 베벨탑도

멸망을 자초하는 헛된 물질도

다 덮어둔 채 아름다운 무지개를

선사한다.

 

 

그곳엔 유머도 있고

위트도 있고

나름대로의 해학도 있다.

온갖 배설물이 만들어 놓은

전위적인 익살도 있다.

다만 자연이 죽었을 뿐이다.

그들이 그토록 해악을 끼쳐야만 했던

필연적인 자연이 죽었을뿐이다.

 

 

호수는 그렇게 내게 울부짖었다.

어디한번 너희들 마음대로

해쳐보라고..

 

산야에 잘 자라는 나무를 뽑아다가

베란다에 가뒤놓고

말려 죽이는 너희 인간들이

이 넓은 바다인들 그리 안하겠느냐.

말없이 주기만 하는 우리네 자연을

가만 두고 보지 못하는 너희 인간들 속내를

우리가 어찌 모르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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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호는 아산만을 육지와 바다로 갈라놓은

아산방조제의 육지쪽 담수호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아산 방조제로 넓은 농토가 생기고

그동안 바다가 가로막았던 곳의 교통도 편리해졌지만

뭍에서 흘러든 온갖 오수와 폐수로 이미

죽은 호수가 되어 있더군요.

이제 점점 갯펄이 없어지는 서해안의 해안선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