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기

고요한 천년의 향기-안성 칠현산 칠장사

대청마루ㄷ 2006. 7. 8. 23:21

게시된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칠장사(七長寺)는 7세기 중엽에 세워졌으며, 고려 현종 5년(1014년)에 혜소국사 정현이 크게 중수했다고 한다.

 

애초 집을 나설때에는 안성의 서운산과 청룡사를 둘러 보려고 나섰던 길인데 안성쪽만 염두에 두고 길을 나섰다가 중간에 지도를 보니 청룡사는 충남의 입장쪽과 더 가까이 있어 먼 길을 돌아가야 하므로 달리던 길을 내쳐달려 칠장사로 향했다.

 

한여름의 주말, 많은 산객들을 예상하고 달려간 칠장사는 내 예상과 반대로 찾는이가 거의 없는 한적한 사찰이었다.

 

 

근래 들어와서 대대적인 보수를 한 듯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단아하고 고요한 사찰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절의 왼쪽으로 오르니 연륜이 보이는 어느분의 부도가 나란히 서 있는데 설명이 없어서 그냥 사진으로만 남긴다.

 

 

가람의 왼쪽으로 흐르는 칠현산의 계곡에는 물이 풍부한 약수터가 있고, 그 옆의 맑은 물에서는 물장난을 치는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때를만난 매미소리가 한낮의 정적을 깨고있다.

 

 

이 비석도 적지않은 연륜을 보이는데 설명이 없어서 안타깝다.

 

 

이 사찰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닌 혜소국사비이다.(보물 제 488호)

고려 때 이 절을 크게 중창했다는 혜소국사는 안성출신으로 고려 현종때를 전후하여 크게 이름을 떨치던 승려라고 한다.이 스님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는 이 비석의 비문은 김현이라는 분이 지었고,글씨는 통일신라와 고려때 유행하던 구양순체로 민상제라는 분이 썼다고 한다.

 

 

원래 한몸이었던 이 비석의 귀두부분인데 비석의 몸통도 크게 부서져 다시 이은부분의 글씨가 없어지고 비석을 세웠던 이 기초부분도 따로 보관되고 있다.

 

 

비석의 위에 올라야 하는 이수부분도 이렇게 따로 보관되고 있다.

 

 

도처에 산재한 고색창연한 석물들이 고찰이 겪은 영욕의 세월을 말해주는 듯 하다.

 

 

극락전에서 산신각과 나한전으로 오르는 길가의 조릿대가 성하의 계절을 노래하고 있다.

 

 

 

여늬 사찰의 대웅전격인 극락전 옆의 조그마한 석탑과 향나무가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주고 있다.

 

 

단청이 벗겨져 안타까운데 극락전의 편액까지 글씨를 알아볼 수 없을정도로 심하게 벗겨져 있다.

 

 

극락전의 우측에는 보물 제 983호로 지정되어 있는 봉업사 석불입상이 서있다.

원래 이 불상은 죽산리의 봉업사 터에 있던것을 죽산중고등학교에 옮겼다가 다시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봉업사는 언제 누가 창건했는지 알 수가 없고,동국여지승람에도 이미 폐사된 절터에 불상이 서 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이 절의 곳곳에는 역사의 내음이 깊게 베인 석물들이 곳곳에 있지만 설명이 없어 내용을 알 수가 없음이 안타깝다.이밖에도 이 절에는 동종과 삼불회괘불탱,오불회괘불탱,인목대비 친필 등 많은 보물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괘불탱은 야외법회때 거는 커다란 의식용 불화를 말하는 것이라는데 삼불회네 오불회네 하는말은 불교에 관한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잘 모르는 말이다.

 

 

칠장사를 돌아보고 나선 산행길에서 커다란 산뽕나무가 산객을 반긴다.

 

 

수많은 열매를 매달아 벌써부터 가지가 축 늘어진 늙은 은행나무의 생명력이 경외롭다.

 

 

칠장사 뒤의 산행로는 조릿대 천국이다.

여름의 싱그러움을 잔뜩 머금은 조릿대(山竹)와의 산행이 피로를 잊게 해준다.

 

 

그리 높지않은 산인지라 산행은 내내 울창한 수림과의 동행이다.

 

 

여늬때같으면 이마에 땀방울도 맺히기 전에 오를 정상부지만 염천의 산행은  온몸을 금새 땀으로 도배한다.이정표가 거의 없는 이 산에서 만난 귀한 이정표에 왼쪽으로 가면 칠현산,오른쪽으로 가면 칠장산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칠장산으로 올랐더니 헬기장이 나오고 이곳이 정상부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다.앞쪽으로 가면 길이 이어질까 하여 가보려니 인적이 없어서인지 길은 흔적만 있고 옷깃을 붙드는 잡목때문에 전진이 곤란하다.

 

 

서운한 마음을 쉬일만한 그늘도 없는 정상부에서

아래 보이는 골프장에 잠시 눈길을 주었다가 되돌아 내려오는 수 밖에 없었다.

 

 

정상부의 잡초가지에 닥지닥지 달라붙은 곤충들은 하나같이 짝짓기를 하고있다.

그들만의 신성한 행위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근접촬영을 피했더니 시원치 않은 사진이 되었다.

자고로 여름은 결실을 위한 준비의 계절이라 하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