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둘쨋날의 청계산행(2010.1.2.토)
얼었던 눈길에 녹아 차들은 온통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달린다.
기온은 영하인데 도로에 뿌린 염화칼슘으로 녹은 찻길은
질주하는 차량의 바퀴에서 흩날리는 흙탕물이 난무한다.
오늘도 가까운 청계산을 찾아 마을 아우랑 떠나는 산행.
산행 들머리에 도착할 즈음 가루눈이 제법 기세좋게 내린다.
잘하면 오늘 눈산행의 행운까지 얻겠다.
나무에 쌓인 눈은 볼 수 없지만 바닥에 쌓인 눈은 아이젠을 꺼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언제가도 부드러운 가슴으로 감싸 안아주는 어머니와 같은 산이다.
국사봉에 도착하니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산객들이 많다.
신년산행으로 새 각오를 다지려는 이들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국사봉에서 이수봉에 이르는 길은 편안해서 좋다.
가는 길 지루할까봐 이따끔씩 오느내리는 포인트까지 배려한 고마운 길이다.
선이 아름다운 소나무가 제철을 만난 듯 활엽수의 나신들 사이로 몸매를 한껏 뽐내는 풍경이다.
저 나무들은 저리도 모진 계절을 수백년씩이나 견디는데
자그마한 희노애락에 울고웃는 인간들은
너무 나약하지 않은가?
저 소나무의 기대를 배우자.
이수봉 아래 평평한 곳에 자리를 편다.
쌓인 눈으로 은박매트가 눈썰매처럼 미끄러져도 식사시간은 즐겁다.
준비해간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익히고
밥을 말아 먹으면 진수성찬이 따로없지.
준비해간 막걸리를 마시면 속이 차가워질 것 같아 그냥 담는다.
이런날의 후식은 따끈한 커피 한잔이면 족해..
이수봉 정상석 주변에는 전에없던 나무마루가 깔려있다.
흙이 패어져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배려겠지..
이 추운날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올랐구나.
하긴 이 좋은날에 구들장만 지고 하루를 보낸다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일까?
아우와 도란도란 이야기 하다보니 어느세 청계사이다.
새들에게 모이도 주고, 엿도 한봉지 사들고 오는 센스.
걸어가는 우리곁을 쏜살같이 질주하는 차량들의 무메너.
하지만 산행은 역시 즐거움만 담아와야지.
2010년도 꿋꿋하게 잘 버티자.
저 나무의 질긴 생명력을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