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토요산행 팀이 제자리를 잡아가나보다.
전국이 물난리로 몸살을 앓고있는 중에도 23명이나 되는 많은 인원이 모이는걸 보니..
이른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살펴보니, 아니 살펴볼 필요도 없이 쏟아지는 빗줄기가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고, 우중산행 또한 특별한 별미를 제공하는지라
망설임 없이 배낭을 챙긴다.
집을 나설때쯤에는 그렇게 쏟아지던 비도 멈추고 구름이 엷어져 제법 맑은 하늘이 엿보인다.
우리의 약속장소인 지하철 4호선 서울대공원역에 도착하니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이른 시각이다.
전국이 물에 퉁퉁 불어있는 날씨인데도 참 많은 사람들이 등산복 차림으로 청계산을 향하고 있다.
아마도 몇명은 불참할 것이라는 내 예상을 깨고 약속된 23명이 다 모였다.
역 바깥으로 나가 준비운동을 하고, 처음 참석하신 분들의 인사소개를 간단히 한다.
그리곤 10시 30분에 출발을 한다.
대공원에서 소매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항상 버겁다.
그리 길지않은 코스지만 연달아 이어지는 가파른 길이 초반부터 힘을 빼게 한다.
온 세상이 습기를 머금어 땀이 배출되지 않아 비대신 땀이 쏟아진다.
항상 속도를 강조하는 선두팀은 저만치 가고 세상사는 이야기 나누면서 자연과의 대화
사람과의 대화로 오르는 후미팀은 나름대로 재미를 느끼면서 오른다.
소매봉을 지나 이수봉으로 가는 중간에 청계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다.
이곳에 이르니 안개비가 이슬비로 변한다.
조금 더오르니 이슬비는 굵기를 더하고 있다.
빗속에 산행을 하는 맛. 그것은 해 본 사람만이 아는 묘미이다.
온 몸이 땀에젖고 비에 젖어도 자연속에 숨쉬며 오르는 산.
그 속에 세상사에 찌든 생의 찌꺼기를 온통 버리고 온다.
나무 잎사귀와 박수를 쳐대는 빗소리를 장단삼아 콧노래 흥얼거리며 오르자니 어느새 이수봉이다.
고려말 충신 조견선생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이수봉에 이르자 막걸리를 팔던 상인들은 내리는 비에
식탁을 그냥 둔채로 하산을 한 모양이다.
그 식탁은 우리의 요긴한 점심상이 되어준다.
빗물이 쏟아져 반쯤 물에 만듯한 밤이 되어도 역시 산정에서의 밥은 꿀맛이다.
저마다 준비를 해 온 한두가지의 반찬만 내어 놓아도 산정의 식사는 진수 성찬이 된다.
막걸리로 표준화 된 비오는 날의 정상주는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술맛의 진수이다.
삶이 버겁고 짜증날 때 주말을 기다린다.
땀흘려 산에 오르고 그 속에서 우정을 꽃피우는 상상을 하면 일주일이 즐겁다.
청계마을에서 나눈 하산주에 오랫만에 대취하였다.
오늘 함께해 준 모든 회원들께 감사한다.
오랫만의 대취로 안하던 짓까지 한 나를 귀엽게 봐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회원들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위는 안하던 짓을 하고 있는 내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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