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 지금쯤 그곳에는 세월의 강을 부유하던 그들만의 이야기가 잔잔히 흐르는 노을빛 구름의 강물에 흩어지고 있을터이다. 아직 여름의 색채를 벗지못한채 아쉬움을 걸친 잎사귀의 서슬퍼런 농성도 있을테고 제법 세월의 참맛을 알아버린 노숙한 잎사귀의 늙수구레한 해탈도 있어서 노을에 비친 햇살 한.. 대청 짧은글 모음 2007.10.11
등나무 꽃(藤花) 사랑을 말로 꼭 표현해야 아나요? 그저 눈빛만으로 읽을수는 없나요? 마음으로 다가오는 사랑이 더욱 큰걸요. 사랑의 무게를 저울로 잴 수 있나요? 그렇다면 우리 사랑 몇 근이나 될까요? 내 사랑은 이 세상의 저울로는 잴 수 없는 무게인걸요. 사랑의 크기를 바로 잴 수 있나요? 그렇다면 우리사랑의 .. 대청 짧은글 모음 2006.05.18
호수 그리고 그리운 이름들 기찻길 너머 은빛으로 다가오는 그리움 같은 물비늘. 간 밤 풍우에 씻긴 여름 하늘이 쪽빛 화선지 되어 펼쳐지고 그 이름 알지못할 물새 한마리 노련한 화공의 필치로 획을 긋는다. 선이 고운 건너편의 아스라한 산. 눈부시게 다가오는 은반위에 정확이 대칭으로 투영되고 각자의 생각으로 바라보는 .. 대청 짧은글 모음 2006.05.10
조수 바다는 말없이 사색에 침묵해도 숨겨진 열정 가눌길 없어 水底의 요동으로 사랑 나누고 외로움이라 하기에 호강인듯한 내 응석은 친구의 파리한 어깨 감쌀 수 없어 서럽다. 기다림에 지쳐 淸水 먹물로 침전할 시각 수평으로 공유될 어떠한 생각 차라리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작은가슴 후리는 생각의 .. 대청 짧은글 모음 2005.11.07
호반카페 적당한 기다림이 있어 좋다. 물새 날아간 자리 한 점 그리움 따위 거친 숨 몰아쉬는 철마의 기적에 묻히더라도 난 이 짧은 시간을 영원으로 기록하고 싶다. 네가있어 좋다. 네 눈을 바라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이웃한 연인들의 속삭임이거나 혹은 술취한 농군의 삽 끄는 소리마져도 아름다울 수 있음은 .. 대청 짧은글 모음 2005.08.30
당산나무 어른들 이야기로는 사백년은 족히 넘었을거라고 하는 늙은 당산나무가 있었지. 돈 많은 도시 사람들은 그 나무에 소사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위로 못자라게 철사줄로 꽁꽁 동여매어 놓고 베란다에 모셔다가 오는손님 가는손님 눈길끌어다가 자랑이란 자랑은 다 늘어놓는.. 강풍에 꺾였는지 아니면 벼.. 대청 짧은글 모음 2005.07.27
며느리밥풀꽃 길가 후미진 곳. 돌아보는 이 없어 홀로 외로이 피었다 지는 며느리 밥풀꽃의 서러운 사연을 당신은 아시나요? 서럽게 서럽게 살다간 한 여인이 밥알 두개를 입에물고 꽃으로 화한 기막힌 사연을 당신은 아시나요? 한 옛날 시어머니의 모진 시집살이 속에 시부모 공경하느라 하던 밥의 뜸을 보느라 밥.. 대청 짧은글 모음 2005.07.26
궁평포구에서 고깃배 지나간 자리마다 포말로 부서지는 물 알갱이들 그리움 알알이 박혀 먼데산이 흐려 보이는건 안개 때문일 것이다. 방파제 기대어 녹슬어가는 닻이 퇴역군인의 쓸쓸한 어깨만큼이나 쳐져 갈매기의 배설물이 한 점 위로나 될까? 밀물과 썰물이 어디 바다에만 있으랴? 인간사 마음의 오고감도 필.. 대청 짧은글 모음 2005.07.10
技川池-2 너 없는 자리 너 있던 자리 고개들어 하늘을 보면 사선으로 비행하는 황새들의 날렵한 몸 짓 간 밤 뇌우에 씻긴 산천이 적당히 용해된 물위에 또 다른 세상이 채색된다. 질경이 꽃대궁이 얼마나 길다고 박주가리 덩쿨은 네 바퀴 반이나 감고 올라갔을까. 논에 나는 피는 예가 제집인양 오히려 더 의젓.. 대청 짧은글 모음 2005.07.09
技川池 별이 쏟아짐은 네 동공이 열렸음이야... 별을 쫓고 별을향해 달려가는 넌 별을 닮았음이야.. 참 많은 날 들 참 어려운 시간들을 우리는 중략이라는 단어로 거세할 수 있지. 지금 우리는 쏟아지는 별빛에 감동할 수 있고 연인들의 속삼임에 초연할 수 있음에.. 선 잠 깬 어린 매미가 보채는 시각 낚싯꾼들.. 대청 짧은글 모음 2005.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