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포에서(2013.5.25.토)
아름다운 바닷길에 취해 천천히 차를 몰다보니 어느새 눈앞에 낯익은 풍경이 펼쳐진다.
깎아지른 바윗덩어리 윗부분의 오른쪽은 약간 높고, 왼쪽은 상대적으로 낮은 시커먼 빛깔의 바위산.
주위는 온통 평지여서 바닥에 냄비를 엎어놓은 듯한 모습의 바위산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저곳을 가볼까 하다가 어차피 내일은 일출을 보러 올라가야 하는 곳이므로 숙소에 먼저 가기로 했다.
성산에서 숙소로 가는 길 또한 대로를 두고 해안도로로 달려본다.
아, 저곳이 그 유명한 섭지코지를 가는 길이구나.
저곳도 내일의 일정에 있으니 아껴두자.
바닷가 어느집에서는 성게를 손질하는 아낙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내려서 보고 있자니 "성게는 요즘이 제철이라"고 하신다.
해안도로가 끝나는 곳에 우리의 숙소 라사니아가 있었다.
바닷가라지만 바다를 볼 수 없는 1층에 숙소가 잡혀 숙소에서의 조망은 어렵겠다.
간단히 샤워를 마친 우리는 또 다시 성산포로 갔지만 걷기를 꺼리는 아내의 성격상 드라이브로
구경을 할 수 밖에 없다.
성산 일출봉 주차장,성산포 항,선착장,지미산 일대를 돌아 어느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 반주로 마신 술의 영향일까?아니면 여독일까?
일출을 보자고 일어난 새벽 네시는 그리 개운치가 못하다.
새벽부터 찍어 바르고 있는 아내를 닥달하여 새벽길을 달린다.
일출봉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우리가 너무 늦은 탓인지 행인이 거의 보이지 않고 주차된 차도 많지가 않다.
게다가 하늘은 구름으로 완벽하게 포장되어 일출을 보기는 불가능한 지경이다.
왼쪽 주차장 화장실 뒷편으로 일출을 보기에 적당한 곳이 있어서 올라가보니 막혀있다.
그곳도 가려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라는 뜻인가보다.
우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해녀의 집 바로 윗쪽에 있는 전망대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데
우리 말고도 여럿이 카메라를 들고 대기중이다.
하지만 우려했던대로 끝내 해는 나와 주지를 않는다.
지금쯤 일출을 찍기 가장 적당한 위치에 해가 올라와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며 정상을 향해 걸어본다.
헌데 텅 빈 주차장만큼이나 이곳을 찾은 이들이 많지 않다.
어차피 놓친 일출이니 나무와 돌과 바윗돌 하나하나에 눈길을 주며 걷는다.
어느 바위는 곰을 닯았다느니,사자를 닯았다느니 하면서 오르니 이 작은 화산의 변두리에 이뤄진 연릉들 중
가장 높은 부분에 마련된 데크전망대에 이른다.
일출을 보기에는 다소 늦은 시각이지만 여럿이 해뜨는 쪽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끝내 해는 보이질 않고 연무로 덮힌 하늘이 얄밉기만 하다.
그 사이 시야는 맑아져 성산포의 아름다운 산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 이 장면을 보기위해 난 그렇게 바삐 달려왔나보다.
멀리 보이는 자연 하나하나에 기억의 촛점을 맞춰둔다.
산을 오를때는 땀을 흘리며 건강을 다진다.
산을 내려올때는 땀을 식히며 눈아래 보이는 풍경과 대화를 한다.
놀며 쉬며 찍으며 주차장에 회귀를 하니 총 산행시간이 오십분이다.
이제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어디서 먹지?
아침을 먹을 식당을 찾다가 들어간 곳.
모든 음식이 너무나 맛없다.아내와 내가 드물게 의기투합해 결론을 내릴 정도로..
암튼 기억하기 싫을 정도로 실망이다.
다시 숙소로 달려가 체크아웃을 한 다음 우도로 가는 배편에 오른다.
우도는 제주도 동쪽에 위치한, 말하자면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이곳에는 관광객을 위해 30분 간격으로 명소를 순회하는 셔틀버스가 돌고 있어서 편리하게 관광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선착장에 내려 버스에 오르기 전에 1인당 5000원씩 하는 승차권을 산다.
이 표는 우도일주가 끝날때까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느 지점에서 관광을 하다가 다음 버스에 오를때도 필요하고,일주가 끝난 다음에 회수를 하기 때문이다.
첫 정류장인 우두봉 주차장에 내린다.
우두봉은 우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가 있는 곳으로 그 아래 펼쳐지는 초원과 바다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하고, 바다 건너에는 성산일출봉이 아름다움을 더하는 곳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내심 점심을 기대했던 오가네 고기국수집이 여기에 있다.
헌데 지금은 아침 열시도 못된 시간인데 어찌하라...
오늘 점심은 이곳을 포기해야 되겠구나..
우두봉을 향해 걷는데 주변에 보이는 소나무가 온통 고사되어 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픈데 고온화 현상으로 침엽수가 죽어가고 있다고 하니 살릴 방법이 없음이 안타깝다.
영화촬영지라는 표지석이 세워진 곳에 이르니 바닷쪽은 온통 지표가 함몰되어 만들어진 절벽이고 그 아래 바닷물은 쪽빛으로 출렁인다.
저 아래에는 떠있는 선착장이 보이고 주변에 노란색 배가 붙어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배들이 잠수정이었다.
무더운 날씨에 쉬임없이 땀이 흐르지만 우두봉 정상에 오르는 길은 내가 영홧속 주인공인양 착각을 하게 만든다.
정상에서 시원한 바람에 잠시 땀을 식히고 내려오는 길.
저 앞에 공동묘지가 보이는데 봉분 주위에 돌담을 쌓아 방벽을 만들어 놓은 모습이 특이하다.
바람과 가축 그리고 들짐승으로부터 무덤을 보호하려는 방책임을 버스기사님의 설명으로 알았다.
버스를 내렸던 곳에서 다른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단체관광객용과 일반관광객용으로 나눠져 있는데 우리는 일반관광객용을 타야한다.
그 버스를 타고 기사님의 안내를 들으며 다음 코스에 내려 구경을 하고 순회하는 버스에 오르면 또 다음 목적지로 이동을 한다.
서빈백사라는 곳에 이르니 바닷물이 하얀 모래에 투영되어 남태평양에서나 볼 수 있는 환상의 초록이다.
하얀 모래는 산호초와 조개가 부서져 만들어진 것으로 맨발로 걸어보니 쌀이나 보리알을 밟는 느낌이다.
이래저래 구경을 하고나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온다.
우도에 온김에 고기국수를 맛보자고 선창작 마을을 이리저리 둘러봐도 고기국수라고 써진 음식점은 볼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성산포로 나갈 수 밖에..
아쉬움을 남기고 성산포를 향해 떠나는 배에 몸을 싣는다.
성산 일출봉 북벽의 아침
눈꼽만큼만 보여주는 일출봉의 아침 해
일출봉 오르는 길의 어떤 바위(등경돌?)
일출봉을 오르던 길가의 바위
일출봉 정상의 팻말
일출봉을 하산할 때 쯤의 태양
일출봉에서 본 성산마을의 아름다운 모습
하산하면서 내려다 본 풍경
일출봉을 다 내려와서 본 어느 바위
입구에 세워진 알지못할 군장같은 것들
매표소를 나가며 마지막으로 잡아 본 풍경
우도로 향하는 배 안에서 본 일출봉
우두봉을 오르면서 본 우도해안
우두봉을 오르는 길
저 멀리 우두봉이 보인다
아침안내가 만든 몽환의 바다
어디서 셔터를 눌러도 작품이 되는 가경
묘를 보호하는 돌담
우도를 그려놀은 조선시대의 그림
말라죽은 소나무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서빈백사와 지미봉
하얀 모래에 반사되어 파란색을 띈 바다
서빈백사에서 아내
발아래까지 몰려온 바닷물과 하얀 모래
서빈백사의 하얀 모래밭
우도를 떠나면서 배에서 본 우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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