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여행기록

섬진강 이야기

대청마루ㄷ 2005. 7. 23. 01:08
2001.03.15(日)

아침 호수는 특별히 각색을 하지 않아도 웬지 고요할것만 같아서 좋다.
비록 호숫가에서 특별한 소음의 발생원이 있다해도 그 소리를 듣기 이전에
는 정말 고요할것만 같고,또 실제로 귀 기울여 봐도 조용한것을..

우리가 옥정호에 도착한 시간이 그리 이르지 않은 시간이건만 아직도
호수의 응달진 곳 에서는 미처 짐을 챙기지 못한 물안개 몇가닥 남아서
나그네 심사를 더욱 서정적이게 한다.

아... 우리가 새벽녁에 왔더라면 저보다 짙은 안개속에서 부지런한 어부의
나룻배 한조각이 뽀오얀 안개를 가르며 한폭의 그림을 그려내 줄것도 같은데..
湖心에 뜬 작은 섬들이 외롭지 않음은 이따끔씩 자맥질을 해대며 공중으로
비상하는 물새들이 있어서이리라.

간단한 인사후에 오늘의 행로를 묻는 내게 손때묻은 지도를 꺼내어 친절히
설명을 해 주시며 내 의견과 종합을 해가며 행로를 조정하시는 동일님의
여유를 보면서 또 다른 존경심이 유발된다.
대할수록 편하고 오래오래 같이 하고픈 마음이 인다.
여담이지만 여행길 차안에서 아내는 줄곧 동일님 칭찬에 열을 올렸다.
손때묻은 그의 地道로 우리의 일차 행로는 정해졌다.

30번 국도를 따라 가던길을 재하는 것이다.
이 길은 오른쪽에 자락넓은 회문산을 끼고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섬진강이
왼쪽에 흐르며 나란히 달리는 길이다.
운암댐 아래의 섬진강은 그리 많지 않은 수량으로 인하여 오히려 그 정취가
더해지는 곳이다.
적당히 배열된 강안의 돌들은 하나같이 壽石이며,그 돌들을 받치고 평온을
머금은 푸른 물에 이곳저곳 갈대며 물억새가 어느곳을 떼어다 놔도 수반에
받쳐놓은 壽石作品 같으니..

길은 오래지 않아 운암대교 쪽에서 내려온 17번 도로와 만나면서 임실쪽으로
곧장 나가고 우리는 다시 17번 도로를 따라 섬진강을 벗한다.
이 길의 오른쪽은 작가 이태의 남부군에서 그 옛모습이 심층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회문산이다.
그다지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산 자락이 넓고.계곡이 험하여 파르티잔들이
숨어서 활동을 하기에 적합하기에 몇년을 끌면서 항쟁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정점에 덕치면이 있다.
그곳 사람들이 깔재로 부르는 갈재를 넘어서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땅에 들어선다.

순창 읍에서 가던길을 버리고 남원과 담양을 이어주는 24번 국도를 택하여
우회전을 하면 담양쪽이다.
차량이 많지 않아 한가로운 도로를 조금만 가면 그 유명한 순창의 고추장 마을이다.
가다가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리면 전북의 소금강이라는 강천(綱泉)산이고,고추장
마을을 지나쳐 5분만 가면 맑은물에 비친 추월산이 한폭의 그림을 만드는
담양호 입구이다.

주차장이 넓지만 골목길도 넓어 굳이 주차장에 차를 댈 필요가 없는 고추장
마을의 아무곳에다 차를 댄다.
온통 기와집 일색인 마을은 어느 집이건 비슷비슷하여 상호를 외우지 않으면
전에갔던 집도 기억이 쉽지않다.
집집마다 장 커다란 장 항아리가 즐비한 몇집 담너머로 구경을 하다가 그
중 발길을 끄는 집으로 들어선다.
그런데 주인 할머니 얼굴이 눈에익어 인사를 하니 할머니도 동시에 아는체
해 주시는데 바로 일년도 채 되기전 출장길에 이 갖가지 장아찌를 샀던 집
아닌가..

인심좋은 할머니의 손에서 세 가정의 밥상은 풍요를 예고한다.
넉살좋은 솔빛이는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고추장을 버무리기전의 오이
장아찌를 연신 입으로 가져간다.
매운것은 입에도 못댄다는 동일님은 뭘 사셨는지 그래도 빈손은 아니다.
인근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나는 아내의 뜻을 받들어 모듬장아찌와 된장을
집어든다.

고추장 마을을 떠나 구례로 향하는 길은 내가 앞장을 서 본다.
순창을 가로지른 하천을 양지내라고 하는데 그 천변에 우거진 노거수를
그냥 지나칠 수 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 넓지않은 물가에 갖가지 형상으로 세월의 때를 이고 서 있는 노거수들을
기억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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