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중 임사체험이라는 과정이 있다.
어제 낮에 갑자기 찾아온 경칩의 칼바람을 뚫고 영암 월출산을 오른 후 밤 12시까지 강행된 정신교육.
그 과정의 끝에 죽음을 경험하는 臨死체험이라는 것이 있었다.
내가 두시간후에 죽는다는 가정하에 내 일생을 돌아보고 유서를 쓰고, 마지막에 관속에 들어가는 것
이다.
글씨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흐르는 잔잔한 음악.그것은 죽음을 예언하는 사자의 노래같은 것.
돌아보니 후회밖에 남지 않은것이 나의 생활이었다.
유언장을 받아들고 떨리는 손으로 마구 적어 나간다.
죽음이 엄습하듯 제한된 시간속에 써가는 마지막 글이었다.
아내에게 따스한 정 한번 주지 못했던 날들에 대한 후회와 모든 일들과 남은 아이들에 대한 당부 등.
내 인생을 돌아보니 잘한것을 하나도 없고 온통 잘못한 일 뿐이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
어느새 눈물로 도배되어버린 내 눈에는 종이가 보여서 쓰는것이 아니다.
눈앞이 안보여 그저 감으로만 적어가는 유언장은 어느새 다섯장이 되어버렸고 그나마 주어진 시간은
마감되었다.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너무나 많은데..
이제 못다한 이야기는 그저 가슴속에 묻고 조용한 묵상속에서 저승사자의 부름을 기다려야 한다.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 하는 것은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삶에 대한 애착,
그리고 그동안 누구에겐가 못했던 것에대한 후회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쩌랴?
이제 피할 수 없는 죽음에 앞에 이 모든것을 접고 유언장 몇장에 그 모든것을 묻어둔 채 묵묵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다.
기도하였다.
저승사자가 조용히 내 등을 두드릴 때까지..
어둠속에 저승사자의 부름을 받고 어디론가 끌려가니 謹弔라고 쓰여진 희미한 등불아래 송진냄새 가시
지않은 관이 줄지어 누워있고 삼베로 만든 수의가 마련되어 있었다.
저승사자의 지시에 의해 침묵속에 수의를 입고 관속에 누웠다.
음향으로 들려오는 통곡소리를 들으며 관 뚜껑이 덮히는 것을 본다.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는 기도를 한다.
주님.
제가 이세상에서 지은죄를 용서하시고 당신곁에 갈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저의 가족들이 저를 잃은 슬픔에서 속히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그들이 죄 짓지 않는 삶속에
이 세상을 온전히 살다가 주님 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관속에 누우니 눈물도 나지 않았다.
저승사자가 관에 못을박는 소리.
유족들의 애절한 울음소리.
스님의 독경소리.
나의 기도는 나를 편안히 잠들게 하였다.
실제의 죽음도 이랬으면 좋겠다.
이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을 훌훌 털어버리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표정으로 잠들듯이..
그렇게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체험이 끝나고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이다.
"이제부터 비우는 삶을 살겠습니다.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기쁘게 맞이하기 위해 비우고 털고 정리하여
마침내 그날이 오는 날 평화로운 마음으로 가고 싶습니다.
유서를 쓸 때의 격정보다는 관속에 누웠을 때의 평화로움으로 잠 들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이 세상 모든것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편지를 썼다.
내 작은 사랑을 정성으로 담아 봉투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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