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읍성을 꼽으라면 고창읍성과 해미읍성 그리고 내가 지금 가려는 낙안읍성이 아닌가 싶다. 민속마을이라면 보통 수도권에 있는 용인의 한국민속촌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곳은 전시를 위하여 일부러 만든 곳이라서 그리 정감이 가질 않는다. 하지만 이곳 낙안읍성은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생활의 터전이기에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낙안읍성은 오래 전부터 가고 싶은 곳이었는데 지나칠 때마다 아쉬움만 남긴채 나중을 기약하곤 했었던 곳이다. 이번 가족과의 여행에는 속속들이 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쓸쓸하지 않아서 좋은면도 있었다.
낙안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어느 마을 앞 당산나무가 정겨워 일부러 차를 세워놓고 한 컷 찍어본다.
눈길을 조심스레 올라 고개를 넘으니 너른 들판이 펼쳐지는데 예가 바로 낙안고을이라고 한다.
앞의 나즈막한 건물은 낙안온천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데 건물 앞에는 주차되어 있는 차량이 생각보다 많다.
낙안 고을을 내려다 보고 있는 이 산이 아마도 낙안의 진산인가보다. 금둔사라는 절이 있는 것으로 보아 금둔산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낙안읍성을 들어가는 관문인데 옹성으로 인하여 문루가 가려져 있다.
성곽앞의 해자에는 물오리떼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눈보라가 흩날리는 좋지않은 날씨지만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다.
옹기종기 모여앉은 초가지붕은 돌담과 어울려 어린날의 우리 마을 풍경을 연출한다.
싫다는 가족들을 설득하여 성곽 위를 걸어본다. 싫다더니 오히려 더 좋아할거면서..
걷다보니 저 앞에 언덕이 나타나는데 이 언덕을 오르는데도 가족을 설득해야 했다..
...............................................................................................
향 수 詩: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대청 여행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빛 세상으로 변한 남원의 광한루원 (0) | 2008.01.04 |
---|---|
순천만, 바다와 갈대의 겨울노래 (0) | 2008.01.01 |
가족여행 - 선암사와 상사호 (0) | 2008.01.01 |
가족여행 - 선암사에서 (0) | 2008.01.01 |
가족여행 - 선암사 가는 길 (0) | 2007.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