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일기장

봄은 어느새 이리도 깊숙히..

대청마루ㄷ 2013. 3. 23. 23:09

그리운 이도, 보고픈 이도 이제 파스텔조의 희미한 영상 속으로 몸을 숨기고

세월의 흐름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온 시절.

그 외면의 시간 속에도 대자연의 변화는 나의 관심에 상관없이 정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부를 이 없으면 불러 주는 이도 없다.

이럴땐 그저 생각없이 나서보는거다.

나서지 않으면 계절까지도 나를 외면할 터.

가까운 들뫼에 오르니 아직 덮혀진 검불 속에서도 봄의 태동은 치열하게

겨울의 허물을 밀어내고 있다.

작년 여름을 그리도 어여쁘게 만들었던 얼레지가 이쯤에서 돋아 났었지?

물병을 꺼내어 조금만 부어주자.

두어 잎사귀 따다가 냉장고 잡냄새를 없애 주었던 큰 잎사귀

떡갈나무 너도 망울이 한껏 부풀고 있구나.

간벌로 잘려진 잡목으로 만든 나무 계단에 누운채로 짓밟히던 계단목에서도

싹을 틔우느라 생명력의 의지를 보여주던 나무가 저놈이었던가?

오랜만에 보는 자연은 이리도 생동적인데 그동안 나는 무얼 하였을까?

이제라도 끼어든 불청객을 고운 눈으로 맞아 준 친구들아,

그대들이 있어서 세상이 이리도 아름답구나. 

 

삼봉산 입구에 서있는 버드나무에 돋은 새순들이 몸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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