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충남 금산 행정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 84호)

대청마루ㄷ 2005. 11. 26. 14:38

어디선가 이 나무의 고고한 자태를 접하고부터 하나의 그리움이 된 나무.

자연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잘사는 사랑 없다는 말마따나

나 역시 그런 부류에 속한지 오래이다.

하지만 분명 만원짜리 몇장보다 고운 자연의 모습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오니

남들 보기에 한심하다 할 수 있으나 내 멋대로 살면서 벌받을 일 아님이

다행이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새로 난 대진고속도로(대전-진주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금산에 이르기 전 추부I/C를 만나게 된다.

이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옥천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곧이어 '행정리 은행나무'라는 고동색 바

에 흰글씨로 쓰여진 안내판을 만나게 된다.

고색이 창연한 옛길을 따라 잠시만 가면 오광교라는 다리건너에 꼭 연세 많으신 할머니 만큼이나 몸

통이 가로로 늘어난 노거수가 보이는데 이 나무가 바로 행정리의 은행나무이다.

 

 

 

 

신라시대때부터 이곳에 자연정자를 지어 쉼터를 제공했다는 기록이 있는나무의 원 줄기는 세

월의 풍상에 몸을 내주고 몸통의 가장자리에서 난 가지들이 자라나서 또한 하늘을 찌르는 기상으

로 뻗어나가 거목을 이룬 이 나무의 수령은 천년을 훨씬 넘겼으리라는 설명이다.

<천연기념물 제 84호>

 

 

 

나무 아래에서 은행알을 줍는 할머니와 비교를 해보면 이 나무의 덩치를 가늠할 수 있다.

이 할머니들께 들은바로 은행알이 떨어지는 철이면 날마다 떨어지는 알만 주워도 장에 내다

팔 정도로 많은 은행알이 떨어진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랑스러운 것이 있으면 자기쪽으로 끌어다 붙이려는 마음이 있어, 저 은행나무는

분명 행정리(杏停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다리의 이름을 붙인 오광리 사람들은 오광리 은행

나무라고 우기고, 안내판에는 분명 행정리 은행나무라고 쓰여있어 나그네에게 미소를 짓게한다.

 

 

 

몸통은 천년 세월에 내어주고 남아있는 가장자리에서 난 가지들이 또한 거목을 이룸에 후세 사

람들은 빈 자리를 시멘트로 채워 나무의 쓰러짐과 부식을 방지하고 있다.

 

 

 

이 마을에 살고있는 해주오씨의 선조인 관찰사가 이 나무아래에 정자를 짓고 杏停軒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는 기록이 전해오는 이 나무 옆에는 이들의 공적을 기리는 비석이 줄지어 서 있다.

 

 

 

 

 

'할머니들은 참 복도 많으십니다.' 했더니 손으로는 열심히 은행을 주워 담으시면서 이마을 자랑

을 하시느라 침이 마른다.

삼사일 전에도 모 방송국에서 대학생들과 촬영을 해갔다고 하시는데 방송사인지 신문사인지 확

인은 할 수 없으나 이 작은 마을에 큰 자랑꺼리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원 줄기는 풍상에 날렸어도 남은 가지들이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다.

 

 

 

원 줄기가 없어진 자리에 서넛은 앉을 수 있는 자연의 평상이 됨직도 하다.

아마도 조무래기 시절의 우리라면 저 위에서 여름한낮의 단잠에 빠질만도 하겠다.

 

 

 

이 나무 아래에 서면 은행알의 겉 육질에서 풍기는 고린내가 진동을 한다.

마의 태자가 꽂아둔 지팡이가 용문사의 은행나무라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석달을 말렸다가 땅에 꽂아도 살고, 거꾸로 꽂아도 싹이 난다는 은행나무의 생명력을 안다면 굳

이 반론을 펴지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불에 타지않는 유일한 나무가 은행나무이다.

그러기에 해마다 산불이 나서 커다란 재산상의 피해를 내고, 인명마져 앗아가는 우리의 삼림(森

林)에 은행나무로 방화림을 조성하여 산불을 예방하고 경제적인 부수입도 획득해 보자는 주장을

관계 사이트에 올려 봤는데도 아직 묵묵부답인것이 어떤 말못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

일반 경제림 사이에 폭 50M정도의 은행나무 방화림을 조성하면 산불도 예방하고 거기서 나오는

은행알이나 은행나무 목재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은행나무는 불에 타 그을려도 봄이되면 다시금 싹을 틔우는 놀라운 생명력이 있다.

 

 

 

은행나무 뒤로 지나가는 저 도로가 대진고속도로이다.

은행알을 줍는 저 할머니들은 내가 촬영을 하는 내내 떠나지 않고 부업을 하고 계셨다.

 

 

 

이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임을 알리는 비문이 풍우에 씻기에 눈을 크게떠도 읽기가 쉽지않다.

천년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보며 인간에게 이득만 안겨주신 할머니 나무에 대한 배려는 아닌 듯

하다.

 

 

 

나무의 정면에서 본 왼쪽부분.

 

 

 

그리고 나무의 정면에서 본 오른쪽 부분이다.

 

 

 

아직도 젊은나무 못지않게 알찬 열매를 수없이 매달고 있는 이 나무의 윗부분.

 

 

 

은행알을 주우시는 저 할머니들의 일과는 이 열매가 모조리 떨어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은행알은 독성이 있는 겉의 육질과 그 안의 단단한 각질로 외부의 침입에 철통같은 보호를 하고

있다.그러기에 그 종을 보전하면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로 종을 보존하고 있

는 것이다.그러기에 우리는 우리의 조상같은 소나무와 더불어 은행나무의 보호에도 각별히 신경

을 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