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유배되어 온 조상들이 일궈놓은 땅이라 한다.
제주라면 어디서건 귤농사가 될 법 하지만 이곳은 귤농사도 안되는 땅이라 한다.
해발 오백미터가 넘는 이 척박한 땅에서 오직 돈이 되는 열매나무는 오미자라 하였던가?
차라리 풀어놓고 맘껏 구경하라면 속속들이 볼 수 있을텐데..
입담좋은 아주머니 이야기로는 관광객에 대해 이 마을을 안내하는 일을
부녀자들이 교대로 돌아가면서 한다는데 그 입담이 어디 윤번으로 돌아가면서 할 수 있는
입담이던가?
대문에 걸린 저 장대 세개가 다 내려져 있음은 들어와도 좋다는 표시라는데..
이따끔씩 폭소를 유도하는 이 아주머니의 입담에 어디한 곳 눈돌릴 틈도 없다.
"나이 들어서 족(足)큰 놈 만나 결혼해서 살고있다." 이 아주머니가 의도적으로 붙이는
제주 사투리는 육지사람들의 기준으로 보면 욕설이 절반이다.
아마도 관광객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일부러 발굴한 용어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곳 주택들은 개인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한다.
살다가 떠나고 싶으면 집을 그대로 두고 떠나고, 들어와 살고 싶으면 그 집에 그대로 살면 된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변하는 제주의 하늘이 이따끔씩 열리면 가슴시리도록 파아란 쪽빛 하늘이
가슴에 박힌다.
지은지 100년이 넘었다는 집이다.
이곳에선 자녀가 혼인을 하면 안채를 내어주고 부모는 행랑으로 물러나 따로 밥을 지어 먹으며
산다고 한다.오른쪽 안쪽이 안채이고,왼쪽의 건물이 행랑채이다.
빗물받이 항아리를 설명하고 있는 가이드.
요즘에는 상수도를 개발하여 먹고 있지만 예전에는 저렇게 나무에 맨 지푸라기는 따라 흐르는
빗물을 항아리에 모아 식수를 비롯한 생활용수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초가 지붕위에 소복하게 쌓인 눈이 문득 잊혀져가던 옛 고향에의 추억을 꺼내어 준다.
볏집 처마에 고드름이 길다랗게 달리면 그것을 떼어내 친구들과 칼싸움도 하고..빨아 먹기도 하고..
제주도 똥돼지의 돈사를 그대로 남겨둔 일종의 샘플이다.
왼쪽의 높은 곳에서 볼일을 보는데 저 작대기는 돼지로 부터 몸을 지키려는 남자들의 호신용이라
한다.저 돌담 안에는 실제로 흑돼지가 있는데 아직도 저런식으로 용변을 보는지는 알 수 없다.
제주 여인들의 애환이 담긴 물구덕을 설명하는 장면
저 맑은 하늘을 담을 틈도 없다.
제주도 조랑말의 뼈를 갈아서 만들었다는 약이며, 오미자를 발효하여 만든 약이라는..
그 설명을 듣느라 이곳에서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시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런 목가적 풍경도 있다.
엄마~~하고 부르며 고샅을 달리면 물동이를 막 내려놓으신 어머니가 사립문을 열고
반겨주실 것 같은..
제주에서의 사흘째 일정이 끝나가고 있다.
너무나 한정된 동선으로 인해 아쉬웠던 성읍마을의 관광이었지만 아쉬운대로
잊혀진 향수까지 상기시켜 준 소중한 코스였다.
어쩔 수 없는 생존의 전략이겠지만 너무나도 집요한 특산품 판매코스의 식상한 방식을
뺀다면 더욱 값진 여행이 될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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