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동식물

진위역 앞 회화나무의 구사일생(경기평택 보호수24호)

대청마루ㄷ 2006. 7. 6. 10:01

2006년 6월 30일 진위역 개통을 축하하며.

 

1번국도 오산에서 송탄쪽으로 달리다 보면 하북이라는 마을의 길가에 범상치 않은 노거수가 한그루

서 있었는데 그 노거수를 기억하는 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구 도로를 확장하면서 길과 맞닿아 항상 매연과 지나는 버스에 가지를 시달리면서 보는이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하던 그 노거수가 이제사 제 자리를 잡게됐다.

 

▲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에 닿는 가지의 잘려진 상흔이 이 나무의 천대받던 시절을 말해준다.

 

경부철도 전철구간의 진위역사가 개청하면서 넓다란 부지를 잡아 그 앞에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다.

이 나무가 이백년을 뿌리박고 살던 곳에서 30미터 쯤 옮긴 자리이다.

각종 차량들이 질주하는 한길가에 있던 나무이기에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두기에도 적지않이

불편했었는데 지난여름 어렵게 한 컷 찍어 둔 사진이 어디에 숨었는지 도무지 찾을수가 없어

이사하기 전의 모습을 이곳에 보여 드릴수가 없음이 안타깝다.

 

 

▲ 농토였던 땅에 현대식 건물의 멋진 역사가 들어서고 너른 마당의 조경은 이 노거수 한그루로 족하게 됐다.

 

하지만 그 초라하고 고생스럽던 모습을 완전히 벗고, 어엿하게 한 자리를 차지한 훤칠하게 변모

한 지금의 모습이 훨씬 여유롭고 깔끔해 보여 그리 섭하지는 않다.

작금의 지방자치라는 허울을 쓰고 수만년 지켜온 금수강산을 깡그리 까 뭉게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이렇게 옛것을 소중히 하고 현재와 접목시켜 시민에게는 훌륭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자연

에게는 또다른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지자체도 있음이 대조적이다.

 

 

이제 2세기의 보금자리를 인간에게 내어주고, 그 인간이 마련해 준 또다른 보금자리에서 앞으로

이어질 수만년의 세월을 맞이할 이 선비나무의 건강과 무운을 빌어본다.

 

▲ 추운날 이사를 위하여 입혔던 옷이라면 이제 벗겨 주어도 될 듯한데 아직도 미이라처럼

칭칭 둘러친 또 다른 이유라도 있을까?

 

 

깔끔하게 지어진 진위역의 현대식 건물과 세월의 풍상을 온몸으로 견디어낸 노거수가 참 잘 어울린다.

 

 

선비나무라고 불리며 서당 앞뜰에서 선비와 학동들의 사랑을 받던 이 회화나무는 현재까지 남아

있는 전국의 서원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는 수종이다.

하지만 이렇게 전철과 간선국도의 중간에서 의연하게 인고의 세월을 이겨온 회화나무가 그리 많

지는 않을 성 싶다.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이렇게 안락한 거처를 마련해 준 당국의 노력에 감사하며, 이 노력이 자

칫 관리소홀로 수포로 돌아가는 불상사가 나지 않도록 유지보수에 만전을 기해 주시길 바라는 마

음 간절하다.

 

=======================================================================================

 

진위역은 경부철도의 전철구간에 있습니다.

수원에서 천안에 이르는 역 중 나중에 지어진 역사로 하행선으로 치면 오산역 다음의 역입니다.

여유로운 역 뜨락과 이 나무가 있어 시간이 허락된다면 잠시 내려서 감상 해 볼만 합니다.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1번국도 오산이 끝나는 지점에 두개의 육교를 연거푸 통과하게 되는데

그 다음 육교를 통과하기 전 오른쪽으로 보이는 역사가 진위역사입니다.

이 마을은 하북이라는 마을로 불리는데 진위면의 이름을 따서 진위역이라 이름지은 모양이네요.

바삐사는 세상, 잠시의 여유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