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사진들

가을이 깊어가는 광교산의 들꽃들

대청마루ㄷ 2006. 9. 24. 19:52

풍년을 노래하는 가을 햇살은 한낮의 무더위와는 딴판으로

오후시간이 되면 금새 생기를 잃고

그 길이 또한 부쩍 짧아졌다.

미사가 끝나고 늦은 점심을 먹고나면 짧아진 가을해에 마땅히 갈곳이 없다.

오늘도 가까운 광교산 자락에 지인과 함께 디카를 손에들고 나서본다.

무심히 지나치면 보잘 것 없는 들꽃들도

쪼그리고 앉아 그들과 대화를 해보면

참으로 어여쁜 속삭임으로 다가온다.

 

이 꽃이 여물면 아무옷에나 달라붙어 농군을 괴롭히는 꽃이다.

길 가에 늘어선 개나리 행렬속에 벌집이 숨어있다.

 

이것으로 만든 기름을 눈에 부비면 장님이 된다는 피마자(아주까리)가 가을 햇살에 여물어 간다.

 

 

 

내가 살던 시골에선 쇠무릎이라고 불리던 들풀인데 정식 명칭은 모른다.

(언뜻봐도 소의 무릎과 흡사해서 조상님들의 사물을 보는 능력에 감탄한다.)

고마리 꽃닢에 붙은 풀벌레도 가을옷을 입었다.

 

 

 

 

 

다정한 부부가 산책을 하는 평화로운 오후이다.

 

동행한 지인이 근접촬영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취미를 함께함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자연은 상처까지도 아름답게 치료를 한다.

 

 

고마리 꽃이 모여있으면 메일밭과 흡사하다.

특히나 하얀 고마리꽃이 잔치를 벌이면 봉평의 메밀꽃을 연상케 한다.

줄어드는 수량으로 부레옥잠은 몸을 낮추고 대신 입사귀가 작은 수초들이 날개를 폈다.

카메라의 눈으로 본 고마리 꽃은 색깔도 다양하다.

쟁기의 보습처럼 생긴 잎사귀를 가진 이 물풀의 이름도 모르겠다.

 

 

아직은 귀엽게도 보이는 이 꽃이 씨를 맺으면 온몸에 달라붙는 귀찮은 가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