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3일의 나들이.
호기심은 젊은이들만의 특권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여행에 있어서 나의 호기심은 젊은이들의 그것에
질 수 없다.
대호방조제의 중간에 있는 도비도를 돌아 귀가길에 오르려니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어 그옛날 바다였던
평야로 접어들었다.
이제 동면에 들 농지 사이로 난 농로를 따라 한참을 달리려니 갑자기 찾아든 불청객의 인기척에 놀란 철
새들의 날개소리가 천지를 진동한다.
마치 수천의 군마가 대지를 달리듯
수많은 고수들이 북을 두드리듯
또는 여름날 폭우가 쏟아지는 듯
한꺼번에 울려대는 소리에
불청객에 놀란 그들만큼이나 나도 놀랐다.
이런 광경은 생전 처음이었다.
간혹 철새를 촬영하러 을숙도나 천수만 등 철새 도래지에 출사를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는 들었지만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이런 행운을 얻다니..
철새들의 아름다운 군무에 허연 연기를 뿜어내는 화력발전소의 거대한 굴뚝까지도 아름다워보인다.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망원렌즈가 없는 싸구려 디카라서 아쉽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인기척만 내면 호들갑을 떨며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저 새들의 날개짓에 매료되어 내가 마치 사진작가라도 된 양 착각속에 빠져들었다.
종류를 알 수는 없지만 주종이 청둥오리일 것이고, 기러기랑 갈매기도 섞여 있으리라.
힘차게 날아올라 둑너머 바다를 맴돌다가 인적이 끊기면 다시 담수호에 모여드는 저들이 무사히 겨울을
나고 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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