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여행기록

대호방조제에서

대청마루ㄷ 2006. 12. 4. 14:57

아무리 경관이 뛰어난 곳이라도 단 한번의 구경으로 그곳을 안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그러하기에 나는 세번을 오른 대청봉이지만 설악산을 이야기 할 때 결코 설악산에 대해서 안다고 응답하지를 못한다. 다만 다녀왔다고 할 수 밖에..

한 때 산에 미쳐 전국의 봉우리를 찾아다닌적도 있었는데 이제 환경이 바뀌어 가까운 호수나 강을 찾는쪽으로 취미를 변경하였으니 그 중에 서해안의 당진바다가 나의 주 거래처가 된지 몇년이 지났다.

하지만 철마다 색깔이 바뀌고 해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자연은 단 한번도 같은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생명이 움트는 샛노란 새싹으로 온 천지가 태동을 하는 봄이면

아직 남아있는 겨울의 싸한 바람이 앙탈을 부리지만

생명의 태동을 노래하는 자연속에서 희망을 배우고

 

온 산하가 청록의 잎사귀로 뒤덮혀 우람한 청년의 훈김으로 다가오는 여름이면

약동하는 만물의 몸짓속에서 풍겨나오는 단내나는 젊음을 느끼며

 

온 몸에 남아있늠 모든 수액의 단 한방울까지도 제 2세를 위해

기꺼이 내어주고 남은 아름다운 빛으로 가득한 가을이면

우리네 인생도 저리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는 진리를 배우게 된다.

 

 

이제 겨울이다.

겨울을 인생에 대입하자면 분명 노년기에 속하리라.

하지만 그 겨울이 봄의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기다림의 계절이라면

우리네 인생도 그리 섭섭하지는 않으리라.

 

 

흙에서 태어나 흙에서 자라고 흙에서 나는 온갖 생물을 섭취하며 살다가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

이 땅에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 수만년 이어지는 역사속에 어디 흙으로 돌아가지 않은 인간이 있으랴?

다만 어떤이는 화려한 장미의 색깔로 살다가고

어떤이는 수수한 민들레의 모습으로 살다가는

그런 차이밖에 더 있을까?

 

 

 

 

갈매기가 부럽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鳥監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조물주는 참으로 공평하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만물의 영장이 사람이라는 말을 앞에다 두면 말도 안될 생각도 해 보았다.

단 일분만이라도 갈매기 처럼 창공을 날 수 있다면 나는 그 일분동안 무엇을 할까?

 

 

 

하긴 인간이기에 날 수가 없고 날 수가 없기에 저 갈매기의 날개짓에도 매료될 수 있지 않은가?

결론을 그렇게 내니 마음이 편해진다.

이제부터 날 수는 없으되 그것을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간으로서 그들의 몸짓에 빠져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