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짧은글 모음

석양

대청마루ㄷ 2007. 10. 11. 17:43

  

지금쯤 그곳에는

세월의 강을 부유하던 그들만의 이야기가

잔잔히 흐르는 노을빛 구름의 강물에

흩어지고 있을터이다.

 

아직 여름의 색채를 벗지못한채

아쉬움을 걸친 잎사귀의 서슬퍼런

농성도 있을테고

제법 세월의 참맛을 알아버린

노숙한 잎사귀의 늙수구레한 해탈도 있어서

노을에 비친 햇살 한줌

파리한 무르팍에 붙들어 앉아

땅거미 지는 사연을 들어볼만도 하다.

 

날 선 억새풀의 서슬퍼런 이야기 뒤에는

석양이 투과된 억새꽃의 부드러움이 숨겨져 있었던 것.

 

오늘하루 그곳에 가서

지친 영혼을 뉘어놓고

저녁을 준비하는 갈대들의 재잘거림을 베개삼아

바알갛게 타오르는 하늘을 바라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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