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이야기로는 사백년은
족히 넘었을거라고 하는
늙은 당산나무가 있었지.
돈 많은
도시 사람들은
그 나무에 소사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위로 못자라게 철사줄로
꽁꽁 동여매어 놓고
베란다에
모셔다가
오는손님 가는손님
눈길끌어다가 자랑이란
자랑은 다 늘어놓는..
강풍에 꺾였는지 아니면
벼락을
맞았는지 위로뻗은 줄기는
온데간데 없고
텅 비어버린 몸뚱아리는
동네 조무래기들 술래잡기 할적에
은신처가 되어버린..
하지만 남은 오른쪽 가지만해도
족히 열평은 넘을 그늘을 제공 해 주는
아주 마음씨 좋은 아저씨같은 나무였어.
해마다 추석이 오면
갖은 음식 다 만들어
주위에 둘러모여 제사를 지내던
마을에서 가장 윗자리로 모시던
조상님같은 나무
고속도로가 나면서 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당산나무가
보고싶다.
어른들
장에가시면 하루를
놀았던 당산나무
해질녁 서만에 땅거미가 드리우면
명주옷 휘날리며
귀가길 서두르시던 어머니
달려나가 짐받으면
시원한 그늘아래서 장꺼리 펼쳐놓고
고이고이 쌓아오신 맛난과자를
나눠 주시던
그 당산나무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