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인터넷이라는 유령이 첫 발을 내딛을 때 쯤 내가 배운 타자법이 바로 독수리 타법이다.
동료들이 어렵게 다섯손가락으로 타자를 배울 때, 난 검지 손가락만을 사용하는 독수리의 현란한
타법으로 그들의 기를 팍팍 죽이곤 하였는데 그 영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다.
아무려면 두개의 손가락이 아무리 날고 긴다해도 어찌 여덟개의 손가락을 대적할 수 있으랴..
한 때 띠방에서는 이 독수리의 부리가 챗팅으로 날리던 때도 있었는데 말이다.
독수리 타법으로 300타를 넘나들때의 전설은 이내 기록없는 역사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이제 이 독수리 타법의 구시대적 악습관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되었으니 가장 악질적인
핍박을 가하는 것이 바로 OA 계통의 시험을 볼 때이다.
한글워드 시험은 꿈도 꾸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글자수가 적은 파워포인트도 타자를 해야하는
3번 슬라이드만 가면 거의 공포수준이다.
계산만 하는 줄 알았던 엑셀에서도 어김없이 타자가 발목을 잡고, 심지어 정보검색을 하는
인터넷 시험에서도 타자가 빠른이가 유리한 상황이니 오호 통제라~~
내 어쩌다가 독수리의 부리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예전에 미처 몰랐을꼬...
사람에게 습관이란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걸 살면서 알아가게 된다.
쥐가 다니던 구멍을 막아버리면 상대적으로 약한곳을 뚫는것이 아니라, 바로 막힌 언저리에
죽기살기로 구멍을 뚫게 된다는 것.
잘못된 습관은 창조적인 사고나 융통성을 망가트리는 못된 요소이다.
이 잘못된 습관을 이제서라도 고쳐보겠다고 모든 손가락을 동원해 타자하고 있는 이시간
내 손목은 뻐근해지고 자꾸만 독수리 부리로 변하려는 손가락과의 전쟁으로 피로도가 만만치 않다.
에고~~팔모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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