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머물러 있었던 들
지금쯤 조무래기 등쌀에
반질반질 윤이났을 터이다.
꼬리 말아올린 바둑이 쫄랑대고
인중에 누런 기차가 복선으로 드나들
그 천진한 아이들.
철없는 손에 들려진 얼레에 감긴
삼실에 얽힌 사연이야 눈물바람에 지우고
커다란 방패연이
조상들 이름 나열된 보첩인줄을 그누가 알리.
장독대 위에 널어둔 추억은
기다림에 지친 봉숭아 꽃이 하얗게 바래도록
찾아가는 이 없어.
도리봉 한하고 하루를 울어도
들어줄 이 아무도 없는 세월이여.
청산은 이제도 저리 의연한데
우리는 이미 우리가 아니다.
해질녘 고된 걸음으로 오실 아부지나 기다려 볼까.
가뿐 숨 몰아쉬며 고샅길 오른 황소걸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나 마중해 볼까.
인적 끊겨버린 고샅은 이적지 기다리는데..
언젠가 오실 그님을 마중하러
이끼옷 갈아입고 기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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