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사진들

처음듣는 이름, 처음 가 본 그곳 - 왕모대(王母臺)

대청마루ㄷ 2007. 12. 6. 10:11

어촌마을의 이르신들께 정보화 교육을 해드리고 귀소하던 중 동료 직원의 안내로 가 본 그곳. 그곳은 자동차도 교행할 수 없는 좁다란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들어간 후미진 마을이었다. 화옹방조제로 바닷물을 막기 전에는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아름다운 포구를 형성했던 곳. 자그마한 마을이지만 바다에 기대어 살던 시절의 풍요로움이 전쟁터의 폐허처럼 세월속에 녹슬어 가고 있다.이제 이 마을 주민들은 아마도 육지로 변한 저 광활한 갈대밭이 옥토로 바뀌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래 전에는 만선의 깃발을 올리고 개선한 뱃사람들과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러 온 손님들로 북적였을 법한 마을이 이제 잔해로 변해가고 있었다.

 마을앞에는 모래전부터 바닷물을 막았던 둑방이 있고 그 너머에는 갈대숲이 이어져 있다. 이 갈대숲은 몇해 전까지만 해도 바닷물이 드나들던 갯벌이었는데 이제는 화옹방조제의 건설로 아예 육지가 된 곳이다.

 

 눈을 오른쪽으로 돌리니 제법 규모가 있는 바위언덕이 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이 바위가 왕모대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불에 그을린 채 초라하게 서있다. 세상에나...큰길에서 보면 '왕모대'를 알리는 이정표는 갈색의 관광지 안내판인데 이곳에 오면 이런 초라한 모습으로 방치되다니..

 어디 쓰레기 태울 곳이 없다고 이곳에서 쓰레기를 태우나..

 

 이곳에 바닷물이 들던 시절에는 이 바위 아래까지 바닷물이 들어서 바위언덕 위에서 경기만을 감상하며 술한잔 하는 맛이 좋았다고 한다.또 이곳에서도 수평선 위로 뜨는 해를 볼 수 있어서 일출을 보러 일부러 오는 손님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제 그 바다는 갈대들의 영토로 바뀌고 조만간 이 갈대숲도 인간들을 위해 자리를 내 주어야 할 것이다.

 촘촘히 서있는 경고문판들이 조만간 닥쳐올 운명을 예감케 한다.

 

 정박했던 어선은 물이 빠지면서 그대로 폐선으로 변하고..

 

 

 바위틈에 몸을 의지한 노송은 말없이 인간들의 숨막히는 역사를 지켜보고 있다.

***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보니 왕모대의 유래를 알 수 있는 정확한 자료가 거의 없었다. 다만 예전에 잘나가던 낚싯터였던지 낚시에 대한 안내는 많은 편이었다. 그 중에 쓸만한 자료를 모아 파악을 해 본 바로는 - 옛날에 왕의 어머니가 어떤 연유로 이곳에 임시로 기거를 하였는데 임금이 어머니를 뵈러 이곳에 오게되어 王母臺라고 하였다고 하고, 이곳에 온 임금이 해안과 기암의 절경에 반해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고 하여 王舞臺라는 이름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모두 검증되지 않은 구전으로 생각되지만 이름으로 유추해보면 어느정도 맞는 구성일 수도 있겠다.

 

유익종 - 사랑하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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