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사진들

숭례문 화재로 드러난 '네 탓' 주의

대청마루ㄷ 2008. 2. 15. 14:41

우리나라 국가보물 1호인 숭례문이 한 노인의 홧풀이로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우리 국민들은 생방송으로 보여지는 숭례문의 소실 장면을 보면서 민족 자부심과 자존심까지 소실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첨단 장비로 무장한 소방차 40여대가 출동하여 다섯시간 동안 타는 국가보물을 보면서 불구경을 한 꼴이 되었다. 헌데 더욱 화가 난 것은 이 일에 대하여 책임을 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화재예방 대책도 없이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하도록 개방을 한 서울시도 잘못이 없고, 관리를 맡은 중구청도 잘못이 없고, 소방차를 수십대 동원해서 한옥 한채의 불길도 잡지 못한 소방당국도 잘못이 없다고 한다.아, 있기는 하다. 문화재청장만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사표를 냈다고 한다.

잘한 일에는 벌떼처럼 나서서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면서 조금이라도 흠이 되는 일에는 모두가 제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

 

모두가 나서서 '저의 잘못입니다. 그동안 여러분의 세금으로 살아가면서 그 돈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책임을 소홀히 한 저에게 벌을 주십시오.' 하고 무릎을 꿇는다면 얼마나 멋진 책임자의 모습이었을까? 자신이 범한 잘못을 모르면 또 다시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기에 누군가가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그 잘못을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면 대부분 용서를 해 주면서 격려를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범한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를 하고서도 이를 감추거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인사라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사고의 책임소재를 밝히는건 책임지고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건 다시는 이런 참사를 당하지 않도록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어릴 적 살던 마을은 온통 초가집 일색이었다.

이 평화로운 마을에 불이라도 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물통이 될만한 그릇이란 그릇은 모조리 들고 나와 물을 끄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남자 어른들은 지붕위에 올라가 초가지붕을 걷어내는 것이다.

멀쩡한 지붕을 걷어내는 것이 이해가 안되어 어른들에게 물으니 지붕을 걷어내지 않으면 안에서 타는 불을 절대로 끄지 못한다는 것이다.

초가집도 그러한데 다섯시간 동안 기왓장 위에 수십대의 소방차가 물을 뿌려댔으니 거북이 등에 물 뿌린 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이번 소방당국의 화재  진압방식은 농촌 사람들이 다 알고있는 상식조차도 모르는 방식이었다.

 

비록 소는 잃었지만 또 다시 키울 소를 위하여 더욱 튼튼한 외양간을 지을 일이다.

리고 이번 화재의 원인을 확실히 파악하고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여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온 국민이 힘을 써야겠다.

그나마 남아있는 문화유산은 절대로 불에 태우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숭례문 화재에서 붕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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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수록 화가나서 글을 쓰고싶지 않았지만 너무나 큰 사건이기에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몇 자 적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